미ㆍ중 갈등 우려 속, 산업계 재도약 준비 중

입력 2020-05-24 13:20 수정 2020-05-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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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LG 해외 공장 재가동…증설 인력 파견…총수들 현장 경영 재개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 주춤해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사실상 멈췄던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기지에 기술인력을 파견하는 한편, 한동안 잠잠했던 총수들은 다시 현장경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화웨이 고강도 규제에 이어 홍콩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미·중 갈등이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가동을 중지했던 해외 공장들을 일제히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에 자리 잡은 스마트폰 공장을 지난 7일부터, 첸나이 가전 공장은 14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LG전자 역시 푸네 가전공장을 18일부터, 노이다 가전 공장을 22일부터 재가동했다.

삼성과 LG의 글로벌 최대 시장 중의 하나인 미국과 유럽 등의 공장은 각국의 이동제한 명령이 완화되면서 지난달 말부터 먼저 가동을 재개했다.

주요 기업들의 해외 인력 파견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 LG, SK 등 주요 기업들은 한국과 중국 정부가 합의해 기업인 입국절차 간소화(신속통로) 제도 시행 20여 일 만에 인력 1000여 명을 중국으로 파견했다.

신속통로 제도는 현지 코로나 검사에서 음정 판정을 받으면 14일간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정책으로 지난 1일 시행됐다.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텐진으로 향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 디스플레이 협력사 임직원들이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 제도를 통해 중국에 입국한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텐진으로 향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 디스플레이 협력사 임직원들이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 제도를 통해 중국에 입국한다. 연합뉴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은 지난 3일 인력 240여 명을 같은 전세기에 태워 중국 장쑤성 난징으로 보냈다. 이달 10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의 3개 전자 계열사 및 협력사 직원 215명이 톈진으로 출국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달 20일에도 신속통로 제도를 이용해 광저우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에 170여 명을 보냈다.

지난 21일에는 SK이노베이션도 장쑤성 옌청 신규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해 120여 명의 기술진을 급파했다. 22일에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인력 300여 명이 중국 시안 땅을 밟았다.

이들은 공장 증설과 라인 램프업(생산량 증대)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기업 총수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속통로 제도를 통해 이달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기업인 최초다.

이 부회장은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헬기를 타고 충남 서산시 LG화학 대산공장을 방문해 LG화학의 잇따른 국내외 사고에 대해 그룹 총수로서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LG전자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구미사업장의 TV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고 지난 21일 발표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미뤄왔던 투자를 집행하고, 사업 효율화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단행하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처하고 있지만, 미·중 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고강도 규제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33개 중국 회사와 기관을 무더기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앞서 2018년 미·중 양국은 상대국의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을 한 차례 벌인 바 있다. 당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중 무역 전쟁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분기 실적이 꼬꾸라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양국의 무역갈등은 전방 시장을 침체시키며 소비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업들은 시장 침체도 우려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나지 않을까 더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 속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미국 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선방한 1분기 실적을 거뒀지만, 2분기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숫자를 보게 될 것’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며 “여기에 미·중 갈등까지 겹치게 되면서 하반기 회복을 예상했던 경영계획도 전면 수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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