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홍콩 사우스차이니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중심가에서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오후 홍콩 중심가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대규모 시위대가 집회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홍콩 시위 열기는 작년에 비해 크게 사그라든 상태였다. 홍콩 정부 역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시행, 8명 이 넘는 인원의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최대 2만5000 홍콩달러의 벌금과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초 홍콩 노동계가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던 노동절(5월 1일)에도 참여 열기는 저조한 편이었다.
그러나 사그라지는 불길에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으로 기름을 부었다. 전날에도 홍콩 차이완 지역 쇼핑몰에서는 1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광복홍콩 시대혁명’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악법 반대”, “홍콩 독립”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헝파추엔 지역 쇼핑몰에서도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22일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처벌하고 홍콩 시민에 대한 국가안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보안법 초안이 소개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홍콩의 시위 활동 및 시민사회를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으며, 만약 실제로 이 법이 제정·시행될 때는 대규모 시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오는 27일에는 홍콩 입법회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모독하는 이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법 안건을 심의한다.
홍콩 야당과 범민주 진영은 “이들 법안이 홍콩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강력한 반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작년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처럼 대규모 시위에 다시금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작년만큼 시위 열기가 뜨겁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홍콩에서는 내달 4일 ‘6·4 톈안먼 시위’ 기념집회가 개최된다. 이어 9일에도 작년 6월 9일 시위를 기념해 다시 집회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7월 1일에는 홍콩 주권반환 기념 시위가 예정돼 있다. 타냐 찬 공민당 의원은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법 위에 군림하는 정보기관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홍콩인들은 이에 대한 반대의 뜻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