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

입력 2020-05-26 15:34 수정 2020-05-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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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홍콩보안법 제정 추에 특별지위 박탈 우려…“홍콩 역할 침식되면 아무도 승리 못해”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추진에 맞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CNN이 26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은 약 20년 전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뒤에도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 지위를 인정해 왔다. 지난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홍콩은 무역이나 관세, 투자, 비자발급 등에서 중국과는 다른 특별 대우를 받았다.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 허용, 무역거래에서 차별금지 등 최혜국 대우를 받기도 했다. 특별 지위가 박탈되면, 홍콩은 중국 본토와 똑같이 최대 25%의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특혜를 포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 악화도 불가피해진다.

지난 22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홍콩보안법 초안이 소개되자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당일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는 5% 이상 급락, 1일 기준으로는 2015년 7월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로버트 그리이브스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오늘날 홍콩은 자유무역, 강력한 거버넌스,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 효율성의 모델로 우뚝 섰다”며 “주요 국제 비즈니스 및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토대가 침식된다면 아무도 승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본토에서는 구할 수 없는 홍콩의 정치적, 법적 자유는 외국 기업들에 위안을 줬다.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 홍콩은 상하이, 선전과 같은 중국 본토에 자유롭게 접근해 사업을 할 수 있는 우회로로 간주됐다. 또 중국 기업들에는 자본을 조달하거나 투자 기반을 넓히기 위한 장, 혹은 해외 진출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됐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홍콩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외국 기업은 결국 홍콩을 등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은 사정이 다르다.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1300개사가 홍콩에서 단독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미국이 특별 지위를 박탈하면 홍콩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악시코프의 스티븐 이네스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은 세계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타라 조셉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사장은 “홍콩은 최고 수준의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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