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를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만든 ‘카지노 왕’ 스탠리 호가 98세로 생을 마감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카오 도박업계 대부 스탠리 호 SJM홀딩스 명예회장이 이날 별세했다. SJM홀딩스는 마카오에 20개의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현지 최대 도박업체다.
호 회장은 1921년 영국 식민지 시절 홍콩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홍콩 퀸스칼리지와 홍콩대에서 공부하며 순탄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홍콩을 점령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의 삶도 함께 전환점을 맞았다. 21세의 젊은 나이에 마카오로 피신한 그는 닥치는 대로 밀수를 하면서 부를 축적했다.
호 회장은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마카오에서 1961년 독점적으로 카지노 면허권을 따내면서 승승장구했다. 이후 카지노가 합법이었던 이점을 활용해 마카오를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탈바꿈시켰다.
재산을 불린 호 회장은 마카오 밖으로도 눈을 돌렸다. 홍콩에 거주용 빌딩과 사무용 오피스를 세우는 등 부동산에도 손을 댔다. 1984년 포르투갈에서 카지노를 운영할 수 있는 사업권을 획득했고 2000년에는 3000만 달러를 들여 북한 평양에도 카지노를 열었다.
2001년 마카오에서의 카지노 독점 운영은 끝이 났지만 그의 사업은 계속 번창했다. 포르투갈로부터 마카오 지배권을 넘겨받은 중국은 호 회장의 경쟁사였던 아델슨라스베이거스샌즈와 윈리조트에 카지노 면허를 승인했다. 이들이 들어오면서 마카오 카지노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고 덩달아 호 회장의 사업도 세를 불리며 카지노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됐다.
호 회장은 4명의 아내를 뒀고 자식만 17명에 달한다. 2018년 둘째 아내의 딸 데이지 호 현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집안 싸움은 지금도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둘째 아내의 딸 팬시 호 슌탁홀딩스 회장이 형제자매와 의기투합해 경영권 쟁취를 시도하기도 했다.
호 회장은 사교댄스인 볼룸댄스 애호가이기도 했고 전 홍콩 테니스 챔피언이기도 하다. 2008년 올림픽 성화를 운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