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그냥 못 줘”...코로나 대응 지원 놓고 균열하는 유럽

입력 2020-05-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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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유럽 경제가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자금 지원 방안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이에 시급한 자금 지원이 지연되면서 경제 회복 타이밍을 놓치고 EU 분열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27일 EU의 향후 7년 예산안(MFF)을 발표한다. 여기서 코로나19 대응 지원기금 조성안을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금 지원 방식을 놓고 회원국 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실제 자금 투입까지는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이견은 기금의 지원 형식인데, 상대적으로 부국인 북유럽 국가들은 대출을 해주고 상환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파가 크고 경제가 약체인 남유럽 국가들은 구제 목적의 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가 유럽 경제를 강타해 1930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올해 경제가 7.75%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경제력 차이와 피해 정도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대출 형식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국가들은 ‘구두쇠 4인방(Frugal Four)’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다. 이들 국가는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마련한 타협안을 거부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EU 회원국의 공동 출연을 통해 5000억 유로(약 667조4650억 원) 규모의 지원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당초 대출 형식을 주장했던 독일이 입장을 선회하고, 1조 유로 이상의 기금조성을 원했던 프랑스도 한발 물러나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유럽 내 경제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양보하면서 타협안을 마련한 데는 양국이 유럽 내 경제회복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도 해서다.

제이콥 펑크 키르케고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회원국 간 불균형한 회복은 EU 전체에 독이 된다”면서 “수출의 60%가 역내 무역에서 나오는 독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를 겪으면서 EU의 재정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벨기에 국제경제정책기관인 브뤼겔 소속 군트람 울프 이사는 “브렉시트로 향후 7년간 유럽 재정에 엄청난 구멍이 생겼기 때문에 2021년부터 2027년까지 EU 예산 결정이 어려워진 상태에서 코로나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예산안 발표 직후 회원국 간 기금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다. 시간은 촉박하다. 하반기에 코로나 타격을 입은 국가들에 자금이 투입되려면 늦어도 7월까지는 유럽 내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EU가 갈림길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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