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소니 픽처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소니 영화에 현대차의 미래 신기술을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진짜 속내를 두고 '레벨5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협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VR) 콘텐츠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28일 현대차는 세계적인 콘텐츠 미디어 그룹 '소니 픽처스(Sony Picture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을 시작으로 미래 모빌리티 비전 및 다양한 미래차 신기술을 소니 영화에 선보이게 된다. 특히 지난 1월 CES를 통해 선보인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소니 영화 속에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의 진짜 목적을 두고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가상현실 플랫폼 구축'이라고 입을 모은다.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조향을 담당하는 ‘운전대’가 사라진다. 자동차 모양도 세단 해치백 쿠페 등이 아닌, 공간활용성에 집중한 원박스카 형태가 된다.
이때 주변 환경의 시각적 변화와 실제 자동차의 움직임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면 승객은 쉽게 ‘차 멀미(car motion sickness)’를 느끼게 된다. 차 안에서 책을 읽으면 멀미가 생기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완성차 메이커는 속속 가상현실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실제로 독일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이 가장 적극적이다. 아우디는 지난해 2019 CES를 통해 청사진을 내놓고 영상 제작 전문 스타트업 ‘홀로라이드(Holoride)’를 인수했다.
예컨대 자율주행이 시작되면 앞 유리와 옆유리 등이 스크린으로 바뀐다. 이 스크린을 통해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미리 설정된 경로에 따라 주행하면, 차의 움직임에 따라 눈 앞의 가상현실도 함께 움직인다. 각각의 승객이 VR 안경을 착용하면 각자 원하는 가상현실을 별도로 즐길 수도 있다.
예컨대 우주선을 고르면 실제 자동차 움직임에 따라 영상 속 우주선이 회전한다. 우주선은 잠수함이 될 수 있고, 비행기가 될 수도 있다. 콘텐츠를 선택하기 나름인 것이다.
이처럼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차에서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현대차가 소니 픽처스와 협업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대차는 이번 협약과 관련해 “개인 맞춤형 고객 경험 전략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선보이기 위해 다양한 협업 콘텐츠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타일 셋 프리’는 현대차가 작년부터 추진 중인,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고객 맞춤형 콘텐츠’다.
단순히 소니 영화에 현대차를 몇 차례 노출하는 것보다,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인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시대'를 대비한 협업이란 뜻이다.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본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현재 볼 수 있는 3박스 또는 2박스 스타일의 자동차 대신 '원박스카' 형태의 자동차가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라며 "차 유리를 스크린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은 이미 보편화했다. 여기에 가상현실 영상을 적절하게 '매칭'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