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중국 국유 전기차 업체에 21억 유로(약 3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국유 자동차회사가 외국 기업에 지분 절반을 넘기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 시장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추격을 따돌리려는 폭스바겐과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독일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NYT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투자액 21억 유로 중 10억 유로는 중국 국유 전기차 업체 JAC의 모회사이자 중국 안후이성 정부의 전액 출자 자회사인 안후이장화이기차집단의 지분 50%를 인수하는 데 들어가며, 나머지는 JAC와의 기존 전기차 합작 투자에 대한 지분율을 50%에서 75%로 늘리는 데 쓰인다. JAC의 모회사는 폭스바겐과 안후이성 정부가 50%씩 출자해 만든 합작사다.
JAC의 2019년 신차 판매 대수는 42만 대로 상용차가 약 60%, 승용차가 약 40%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JAC의 운영은 사실상 폭스바겐그룹의 산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과 JAC는 전기차 등의 신 에너지 자동차를 제조·판매하는 절반의 합작사를 갖고 있어, 이번 투자로 이 회사에 대한 폭스바겐의 출자 비율은 75%로 높아진다.
폭스바겐은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20% 정도의 점유율을 가진 최대 자동차업체이지만, 최근 들어 도요타한테서 맹추격을 당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19년 승용차 판매에서 폭스바겐은 전년 대비 1% 감소한 423만 대에 그쳤지만, 도요타는 10% 증가한 169만 대로 성장했다.
폭스바겐은 또 중국 내 자동차 배터리 3위 업체인 궈슈엔가오커의 최대 주주가 되는 데도 합의했다. 궈슈엔가오커는 28일 밤 “폭스바겐이 회사 지분 26%를 확보해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19년 중국 자동차 배터리 생산에서 닝더스다이(CATL), BYD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궈슈엔가오커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게 된다.
이런 일련의 투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로 자동차 판매가 줄었지만, 중국 내 최대 외국 자동차 업체로서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점유율 경쟁 중이다. 작년에 테슬라는 중국에서 자동차 공장을 완전 소유한 최초의 외국 자동차 회사로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