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등 총수들도 현장 경영을 통해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19를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추락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기업의 증권사 예상실적 컨센서스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전 7조 1959억 원에서 최근 6조 3774억 원으로 11.4% 하향 조정됐다.
LG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인 3511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TV와 가전 등 세트 산업에 집중된 사업 특성상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2분기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숫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삼성과 LG 모두 하반기는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선방하고 있다. 게다가 각국 정부의 내수 소비 진작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경기 부양 정책이 본격화되고, 세트 업체의 신제품 출시가 본격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메모리 업황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2020년 3~5월(마이크론 회계상 3분기에 해당) 매출 전망치를 52억~54억 달러(약 6조7000억 원)로 상향 조정하며 메모리 업계 호조를 예고했다. 지난 3월에 발표한 전망치(46억~52억 달러)보다 중간값 기준으로 8%가량 높였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예상보다 메모리 반도체가 잘 팔린다는 얘기다.
판매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하반기 '갤럭시폴드2'와 '갤럭시노트20' 등 프리미엄 신제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계획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라 B2C 제품군(TVㆍ스마트폰ㆍ가전)에 대한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나, 소비 양극화 심화로 프리미엄제품에 대한 수요는 코로나 진정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부품업체은 하반기 애플 '아이폰12' 출시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아이폰12 OLED 패널의 80%를 담당한다. LG이노텍은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 중이다.
이 밖에 삼성전기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와중에도 MLCC는 가격과 물량이 견조하다.
두 그룹 총수 역시 현장 경영을 재개하며 임직원 격려 및 신사업 점검에 나섰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28일 출범 2년을 맞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및 인공지능(AI) 추진 전략과 현황, 우수 인재 확보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이달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 추락은 불 보듯 뻔한지만, 하반기마저 하락세가 이어지면 그야말로 비상"이라며 "기업들이 하반기에 어느 정도 실적을 회복하는지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업계 판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