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신입사원 공채 시험을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수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현장시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비대면 방식의 혁신적인 채용 방식을 국내 기업 최초로 채택한 것이다.
감염병 우려를 줄이는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실험적인 시험 방식인 만큼 응시자들은 까다로운 제약 사향 탓에 적응이 어려웠다며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1일 삼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2시에 삼성전자 입사 응시자들이 온라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른다. 시험 준비 60분, 시험 응시 60분 등 총 2시간 동안 시험이 실시된다.
전날 오전은 삼성SDI 등 전자 관계사와 삼성생명 등 금융, 제일기획 등 독립 관계사, 오후에는 삼성전자와 바이오 관계사가 시험을 진행했다.
앞서 삼성은 온라인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응시자들에게 우편으로 시험 꾸러미(키트)를 전송하고 지난 26일 예비소집을 진행했다.
응시자는 시험 시작 이전까지 삼성이 준비한 응시 프로그램에 접속해 예비소집일과 동일한 환경 아래 시험을 치렀다.
온라인 시험인 만큼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자신과 컴퓨터 모니터 화면, 마우스, 얼굴과 손 등이 모두 나오도록 촬영하고 이를 감독관이 원격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삼성은 온라인 시험인 만큼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된 응시자는 시험 결과를 무효로 처리하고 향후 5년간 응시를 제한하기로 했다.
응시자들은 시험을 마치면 문제 풀이 용지 앞뒷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회사로 보낸다.
새로운 시험 방식에 응시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해소되는 동시에 이동 시간이 절약되고 오프라인 시험장의 공포가 없다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응시자들이 대개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인 만큼 온라인 시험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다.
한 응시자는 “건강 염려증이 있어서 최근에 집밖에 나간 적이 없었는데 집에서 본 건 진짜 다행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응시자는 “오프라인 시험을 보려면 새벽부터 준비하고 장거리 이동을 해야하는 등 불편이 있었는데,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날 시험을 치른 응시자들은 처음 경험하는 온라인 시험의 제약 사항으로 실력 발휘가 어려웠다는 후기도 내놓았다.
특히 모니터를 손으로 만지는 것을 금지하는 등 제약사항이 많아 불편이 있었다는 후기가 많았다.
한 응시자는 “통상 줄을 쭉쭉 그어가며 문제를 푸는데 굉장히 답답했다”고 언급했고 또 다른 응시자도 “눈으로만 푸니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험이지만 감독관이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어 오프라인 시험보다 긴장감이 더 높았다는 후기도 있었고, 손이 감독 화면 밖으로 나가면 안돼 집중도가 분산됐다는 불만도 있었다.
삼성 측은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금지시킨 것이며 시험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도입한 제약사항”이라며 “시험 1일차에는 온라인 시험을 처음 접하는 응시자들이 당황한 모습도 일부 있었으나, 1일차 응시자들의 반응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전 준비사항이나 주의사항들을 접하게 되어 한결 안정된 모습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시험 자체의 난이도는 추리, 수리 2가지 영역 모두에서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후기에는 “수리의 난이도가 상에서 최상으로 보인다”, “조건추리 파트가 평소보다 2배는 많이 나왔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
이에 삼성 측은 “온라인 방식이 생소하게 느껴진 일부 응시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아진 것이며 난이도는 전체 응시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므로 공정성이나 차별이슈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온라인 시험 이후 면접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GSAT 이후 통상 한 달 뒤 임원면접, 직무역량면접, 창의성 면접을 진행하고, 건강검진을 거쳐 7∼8월 최종 입사하는 일정이어서 올해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 이후 공채도 온라인으로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시험을 통한 대규모 지필고사로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절감과 채용 혁신, 응시자 편의 측면에서의 효용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온라인 시험에 특수성에 따라 과목수가 기존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등 4과목에서 수리논리와 추리 2과목으로 줄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시험 과정의 제약 사항에 따른 불만 등은 삼성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회사 관계자는 “온라인 시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채용방식으로서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라며 “이번 첫 도입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보완을 거쳐 온라인 언택트의 장점을 채용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