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확산 와중에 대규모 시위...경제도 벼랑 끝

하루 2만 명 가량 코로나 확진자 발생 와중에 미국 30개 도시에서 항의 시위

▲미국 시카고에서 30일(현지시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카고/AP연합뉴스

미국 백인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무색할 만큼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몰려 나오고 있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30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흑인 사망 사건이 벌어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는 물론 미 전역으로 항의 집회가 번지고 있다.

시위는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곳곳에서 폭력과 방화가 발생했다.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가 대통령 비밀경호국(SS)의 차량 3대를 파손하고 불을 질렀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와 거칠게 충돌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경찰이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차가 불길에 휩싸이기도 했다.

시위가 격해지면서 미니애폴리스를 비롯한 25개 도시는 야간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미네소타주의 팀 왈츠 주지사는 최대 1만3000여 명의 방위군 총동원령도 발표했다. 국방부도 필요에 따라 연방 군대를 투입할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 각 지자체는 흑인 남성 사망에 대해 경찰의 책임과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 여파로 장기화한 외출 제한에 대한 반발에 거리로 나왔다고 보고 있다. 또 단순히 약탈과 폭력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시위대 억압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시위가 미국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무조건 압박할 경우, 시위 격화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뉴욕의 빌 데브라시오 시장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존중한다”면서 “눈앞에 있는 경찰이 이번 문제를 초래한 당사자는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달 경제 재개를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을 때 집회를 일체 인정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되는 반응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시위가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도 하루 약 2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네소타의 얀 말콤 보건국장은 시위로 감염이 확산할 것을 경계하며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은 감염 위험을 충분히 인식해 달라”고 호소했다.

감염자 추적이 어려워지는 점도 골칫거리다. 시위대가 먼 지역에서 몰려오고 있어 시위 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거주지로 돌아가 퍼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서면서 미국 경제가 전후 최악의 침체 국면에 직면한 가운데, 흑인 사망 사건으로 미국 경제가 더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고 WSJ는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