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상태였던 코로나19가 최근 이태원 클럽, 쿠팡 물류센터 사건으로 확산세에 다시 불이 붙은 가운데 한낮 기온까지 25도를 넘나 돌면서 수인성 감염병 역시 주의해야 할 위험요소가 됐다. 이중으로 예방에 날을 세워야 하는 때다.
수인성 질환은 원생생물, 세균,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과 식품을 섭취했을 때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으로 기온이 올라 미생물 번식이 활발하고 사람과의 접촉이 많아지는 5~9월 집단 감염이 활발해진다. 대표적으로 A형간염, 세균성이질, 장티푸스 등이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영향 정책연구를 살펴보면 평균기온이 1℃ 오를 때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등 6개의 수인성 감염병이 평균 1.19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응 국면 속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 ▲사회적 및 생활 속 거리두기 등의 실천으로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수인성 감염병 환자수가 전년 동기간(1~4월) 대비 최대 72%까지 감소했지만 기온이 오르는 초여름 다시 증가할 수 있어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수인성 질환 중에서도 최근 몇 년간 많이 발병한 질환은 A형간염. 지난 5년간(2015~2019) A형간염 발생 건수는 연평균 6187건으로 수인성 감염병 중 가장 많은 발생 건수를 기록했다. A형간염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환자가 급증하는 '계절 유행성' 특징을 띄는 한편 최근 몇 년간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써야 할 질병이다.
실제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까지 A형간염 환자는 연간 전체 환자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조개젓으로 대규모 집단 발병이 나타난 특수성이 있어 5월부터 한여름까지 A형 간염 발병률이 더 뚜렷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하면 2019년 1~4월 대비 5~9월에 A형간염 환자가 무려 178%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A형간염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이맘때 유행하는 이유는 경구감염, 즉 물과 음식물 섭취로 전염되기 때문이다. 기온상승, 장마 등 위생환경이 취약한데다 외출이 잦고 단체활동이 늘면서 이러한 감염 경로와의 접점이 높아지기에 감염자도 늘 수밖에 없는 것.
특히나 코로나 방역단계가 완화된데 이어 전학년의 등교가 시작됐고 개방을 중단했던 실외내 체육•문화시설까지 재개장하면서 각 지자체는 A형간염을 비롯한 수인성 감염병 비상방역을 가동중이다. 코로나에 묻혀 자칫 방심할 수 있는 여지를 막겠다는 것이다.
A형간염은 코로나와는 전파 양상이 다르다. 코로나는 감염자의 침 등 비말로 감염되는 반면 A형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대변으로 배설돼 대변으로 오염된 물, 음식, 어패류 등을 섭취하면 감염된다. 감염된 환자가 직접 조리한 음식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일반인의 경우 A형간염을 앓더라도 대부분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 문제는 A형간염 초기 증상이 몸살, 감기와 비슷해 자신이 감염됐는지 모르고 병을 방치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 3주 정도는 발열, 피로감, 근육통 등이 나타나 많은 이들이 감기로 착각하고 집에서 해열제나 진통제 등을 복용하지만 간염이 악화되면 눈과 피부가 노래지는 황달, 가려움증 등을 겪을 수 있고 콜라색 소변을 보는가 하면 대변 색이 옅어지기도 한다. 심하면 간부전 등 합병증이 발생하고 드물게는 이식 등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보인다면 간염을 의심하고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A형간염은 치료제가 없는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보건 및 위생 환경이 개선된 1970년 이후 출생자, 30~40대는 소아기에 A형 간염 바이러스와 접촉할 기회가 적어 항체를 형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항체가 없는 접종 대상자는 6~1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아울러 생활 속에서 위생도 특히 신경써야 한다. 코로나 예방수칙처럼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씻기’를 실천하되 특히 주된 감염 경로가 대변인 만큼 화장실 다녀온 후에는 청결에 더욱 신경 쓰도록 한다.
물은 충분히 끓여 마시고 음식물은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한다. 85도에서 1분 정도만 가열해도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사라지기 때문에 익힌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조개류는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이다. 또한, 같은 음식을 섭취한 사람 중 2명 이상이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면 집단감염을 의심하고 즉시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한다.
김영택 제일정형외과병원 내과 원장은 "코로나19로 위생수칙을 준수하고 있지만, 기온이 크게 오른 만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전염병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며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한 A형간염은 한번 걸리면 2~4주 입원치료를 해야 하고 드물게 간부전이나 신부전과 같은 중증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개인위생관리는 물론 A형간염 항체가 없는 경우 예방주사를 미리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산물, 특히 조개젓 섭취 시에는 식약처에서 발행한 A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 불검출 시험서를 확인하고 먹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