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3파전으로 압축…연내 국산 치료제 나올까

입력 2020-06-0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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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 특례수입 승인 속 셀트리온 항체치료제ㆍGC녹십자 혈장치료제도 7월 임상 계획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환자를 위한 치료제가 항체치료제와 혈장치료제, ‘렘데시비르’ 3종으로 좁혀지고 있다. 최대한 빨리 치료제를 내놓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맞물리면서 연구·개발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비시르의 특례수입을 승인했다. 사실상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다. 의약품 특례수입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관계 부처장의 요청에 따라 식약처장이 국내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수입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서 렘데시비르 사용을 통한 치료 기간 단축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미국과 일본, 영국에서 렘데시비르를 사용하도록 한 점도 고려했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개발하던 신약후보물질이다. 길리어드는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의 톱라인 데이터를 통해 증상 개선 효과를 발표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임상에서는 치료 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단축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대한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승인(EUA)을 허가했다.

방역당국은 렘데시비르의 임상 시험이 아직 진행 중이란 점에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렘데시비르가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처럼 초기에 모든 환자에게 투약해 전파력을 낮추는 효과는 없고, 치명률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추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요 국가가 연이어 렘데시비르를 도입하고, 렘데시비르의 사용을 통한 이득이 부작용 우려보다 크다고 판단하면서 특례수입이 승인됐다.

길리어드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이어 중등도 환자에게서도 렘데시비르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중등도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표준치료와 렘데시비르 투약을 5일간 병행한 환자군 76%의 상태가 의학적으로 호전됐다. 표준치료만 받은 환자군에서는 66%, 표준치료와 렘데시비르 투약을 10일간 병행한 환자군에서는 70%가 각각 호전돼 추세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다.

현재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셀트리온과 GC녹십자가 정부와 협력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 회의에서 종합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혈장치료제, 항체치료제, 약물재창출 연구 등을 통해 연내 국산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추출해서 만든다. 족제비(페럿)를 대상으로 한 동물효능시험에서 치료 효능을 확인했고, 실험용 쥐와 영장류 등을 통한 효능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완치자 혈액 수급부터 중화능 테스트와 동물효능시험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셀트리온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족제비에 치료항체물질을 투여했을 때 투여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임상 증상이 호전됐고, 바이러스에 의한 폐 조직의 염증 역시 개선됐다. 이어지는 효능평가에서는 해당 물질에 대한 약효성과 안전성 등을 확인하게 된다.

셀트리온은 이달 중 임상물질 대량생산에 돌입한다. 본격적인 임상은 다음 달 시작되는데, 환자 수가 더 많은 국외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임상 개시 시점을 7월 둘째 주로 전망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본부 부본부장은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그렇게 많은 상황이 아니라서 주로 유럽 쪽의 국가들과 (임상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체치료제의 개발 완료 시점은 내년 상반기가 목표다. 회복 환자의 혈장에서 항체를 배양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량 확보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셀트리온은 한 달에 최대 100만 명에게 투여할 수 있는 분량을 생산할 수 있으며, 유사시에는 위탁생산(CMO) 파트너와 함께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기업들과 항체치료제 속도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앞서 다국적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세계 최초로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첫 투약 환자에 관한 결과는 이달 말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도 이달 중 임상시험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GC5131A)는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GC5131A는 코로나19 회복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 있는 면역 단백질만 분획해서 만든 고면역글로불린이다. 일반 면역 항체로 구성된 대표적인 혈액제제 면역글로불린과는 코로나19에 특화된 항체가 더 많이 들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미 상용화된 동일 제제 제품들과 작용 기전과 생산 방법이 동일해 빠른 속도로 개발할 수 있다.

GC녹십자는 이 혈장치료제의 전면 무상 공급을 선언했다. 7월 중 임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1만 명이 넘는 국내 코로나19 완치자 가운데 혈장 공여를 약속한 사람은 현재까지 단 12명뿐이다. 이론상으로는 혈장치료제가 가장 빨리 개발 가능하지만, 최소 100여 명의 완치자 혈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혈장 공여가 저조할 경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완치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일본의 다케다와 스페인의 그리폴스 등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혈액제제 회사들도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들 역시 연내 상용화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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