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용 항말라리아 약물,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 없어”…WHO는 실험 재개

입력 2020-06-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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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과 차이 나지 않아…안전성에 큰 문제는 없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AP뉴시스
▲하이드록시클로로퀸.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복용했다고 밝혀 유명세를 탄 항말라리아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학 학술질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3일(현지시간) 게재된 논문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환자와 위약을 투여한 사람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연구원들은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했던 821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한 사람의 약 12%가 코로나19에 걸리거나 고열과 호흡 곤란 등 증상이 악화했다. 위약을 투여한 사람은 그 비율이 14%였다.

연구원들은 과거 우려가 제기된 심장 부정맥이나 사망 등 안전상의 심각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설사와 메스꺼움 등 경미한 부작용은 더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미네소타대 의대의 감염병 전문가이자 이번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볼웨어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공중보건당국이 코로나19에 노출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이 약을 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의대의 매니샤 주타니 교수도 “이번 연구는 의사들이 이미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에게 감염 예방을 위해 항말라리아 약물을 처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수십 년 전부터 말라리아 치료제로 써왔으며 루프스 질환과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이 약은 비슷한 약물인 클로로퀸보다 독성이 약하다.

트럼프는 지난달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2주간 이 약을 복용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약에 대한 실험을 재개한다고 이날 밝혔다.

WHO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환자의 사망 위험도가 34% 높아졌다는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의 발표가 나오자 지난달 25일 자료안전감시위원회가 안전성을 심의하는 동안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임상시험을 임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랜싯의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에 사용된 방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랜싯은 지난달 29일 기존 연구에 대한 오류를 수정한 내용을 게시했으나 결론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안전감시위원회가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WHO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시험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현재 약물을 시험 중에 있다”며 “임상시험을 넘어 다른 용도로의 사용을 보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WHO는 현재 전 세계 35개국에서 35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찾기 위해 각국 정부와 함께 4종의 약물을 시험하고 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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