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수효과'가 짱? '나라가 하사한 고기'에 열광…"좋아할 수만은 없다"

입력 2020-06-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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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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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지급률이 99%를 넘으면서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부담 없이 배부른 한 끼를 먹었고, 상인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5일 기준, 전통시장 매출 감소율은 39.6%로 전주보다 12.0%포인트 줄면서 감소폭이 둔화했다.

그러나 신중론을 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주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정의 효율적 사용과 나랏빚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지금,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가계경제의 어려움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재가 된 '직수효과'(왼쪽)의 그림.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재가 된 '직수효과'(왼쪽)의 그림.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시민들 "직수효과가 짱이다" vs "직수로 뿌릴 돈, 땅 파서 나오나?"

미증유의 사태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정부의 대처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한 것을 두고 시민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한쪽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제도라고 말하는가 하면 다른 쪽은 경제구조의 현실을 두고 걱정했다.

친여권 성향을 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국민에게 바로 현금을 쥐여주는 정책이 최고라며 이를 '직수효과'라고 일컬었다. 그간 대기업 중심의 성장모델을 비판하면서 네티즌들은 "낙수효과? 직수효과가 짱이다"라며 "낙수효과는 어용 경제학자들이 만들어 낸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나라가 하사한 고기"라며 정부의 정책을 높게 평가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은 석유 등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여서 수출주도중심의 경제 전략을 채택했고 무엇보다 기업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국가는 세금으로 운영하는데 기업 경쟁력이 약해지면 낼 수 있는 세금이 줄고, 이는 곧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직수효과'에 대한 글을 본 한 네티즌은 "직수로 뿌릴 돈은 땅 파서 나오냐"라면서 "직수로 쏠 물은 어디서 당겨올지 대답 좀 해달라"고 반박했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예산 마련…정부, 국채도 발행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좋아할 수만은 없다. 예산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른 곳에 써야 할 돈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애초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하기로 했다가 전 가구에 지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7조6000억 원이었던 초기예산은 4조6000억 원을 더해 12조2000억 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예산 마련을 위해 12조2000억 원 중 8조8000억 원을 지출 구조조정과 기금 활용을 통해 조달했다. 공무원 인건비 7774억 원을 삭감했고, 연가보상비 감액을 전 부처에 적용했다. 국회가 지시한 추가 조정 예산인 1조2000억 원 규모는 유가 하락에 따른 군·해경·경찰 유류비 733억 원, F-35A(3000억 원), 해상작전 헬기(2000억 원), 광개토-Ⅲ 이지스함(1000억 원) 등 국방 예산도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스텔스기 살 돈으로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출 구조조정에도 부족한 3조4000억 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메웠다. 정부는 또 '2020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하면서 35조3000억 원 중 23조8000억 원을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고 발표했다. 나랏빚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적자 국채는 예상되는 세수 유입보다 정부 지출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할 때 차액만큼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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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나랏빚…"재정 상태 염두에 둬야"

전례 없는 위기지만 재정 상태를 묵과할 수는 없다. 실제 정부가 1·2차 추경에 3차 추경까지 하기로 하면서 올 한 해에만 국가채무가 99조4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방 정부의 채무를 합한 ‘국가채무’는 올해 840조2000억 원까지 뛸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지난해 37.1%에서 올해 43.7%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정을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재정 지원이) 소득이 낮은 계층이나 취약한 계층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 진작 효과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의 효과라기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대면 소비가 늘어난 것이 요인"이라고도 분석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명예교수는 국채 발행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하는데 이를 싸게 팔면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가 올라가면 현재 저금리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라며 "빚으로 살아가는 영세한 사람들이 무너지기 쉽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가 재정이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올해, 내년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재정 당국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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