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ives matter”…샤넬·구찌·루이뷔통은 왜 터는 거죠?

입력 2020-06-04 17:17 수정 2020-06-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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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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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한 흑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병도, 교통사고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도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무릎 밑에 깔려 숨을 쉬지 못한 탓인데요. 이 흑인의 목을 누른 그 누군가는 바로 경찰이었습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George Floyd)가 사망한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들끓고 있습니다.

한 행인이 촬영한 플로이드의 체포 당시 영상이 촉매제가 됐는데요. 영상 속 플로이드는 저항 없이 “숨을 쉴 수 없어요, 날 죽이지 마세요”라고 호소하고 있었죠. 그런데도 경찰은 그의 목을 누르고, 다른 행인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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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이 공개된 후에도 경찰은 플로이드의 사망이 의료사고였다고 발표하며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체포 경찰관 4명을 해고하고, 목을 누른 경찰은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죠.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이제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인종차별 시위로 번지는 모양새죠.

#BlackLives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플로이드를 기리며 시민들이 외치는 구호입니다. 미국 내 항의 시위는 8일째 이어지고 있죠. 경찰과 물리적인 출동이 줄어들고 평화시위를 지향하지만, 최루탄이 터지는 격한 충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75개 도시로 번진 이번 시위에서 체포된 인원만 1600명이 넘는데요.

워싱턴DC 인근에는 현역 육군 1600명이 추가 배치됐고, 야간 통행금지령도 내려졌습니다.

이번 금지령이 내려진 큰 원인은 바로 ‘약탈’ 때문입니다.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한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정당한 시위뿐 아니라 이 기회를 노린 ‘한탕러’들의 무자비한 약탈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물론 이 약탈 행위는 비단 흑인들만이 벌인 폭동은 아닙니다. 인종에 상관없이 “이때다”하는 무자비함이 동원됐죠. 다만 그 규모에 있어 흑인 비중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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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을 일삼는 흑인들은 그 이유를 ‘불평등’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불평등으로 불거진 양극화가 지금의 사태를 폭발했다고 보는 건데요. 부유한 백인들의 편리함을 위해 희생된 저소득층 흑인들의 분노가 담겼다는 거죠.

약탈이 벌어지는 상점 또한 ‘고급 상점가’가 대부분입니다. 뉴욕 소호, LA 베벌리 힐스, 시카고 미시간에비뉴, 필라델피아 센터시티 등 고급 상점가 명품들이 무자비하게 털리고 있습니다.

점포를 박살 내고, 유리창을 깨뜨린 뒤 들어가는 무단 침입. 바구니까지 동원해 샤넬, 구찌, 루이뷔통 등 고가 명품 제품들을 싹쓸이하고 있는데요.

불평등에 의한 분노, 그로 인한 결과로 보기엔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입니다. 강도와 다를 바 없는 행위에 흑인들을 위한 정당한 시위까지 왜곡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이 난동은 ‘한인 사회’까지 덮쳤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인 상점은 심야 약탈의 대상이 됐는데요. 특히 ‘뷰티서플라이’ 업체 30여 곳이 약탈 피해를 봤습니다. 이곳은 흑인 여성들의 필수품인 가발과 미용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곳인 만큼 시위대의 표적이 됐죠. 중장비까지 동원해 트럭째 약탈해간 터라 피해액은 약 240억 원에 달합니다.

코리아타운이 있는 LA도 마찬가지인데요. 한인이 운영하는 카페나 상점을 깨고 휴대전화, 신발 등을 약탈했죠. 한인들은 1992년 벌어진 ‘LA 폭동’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1992년 LA 폭동은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 운전자가 백인 경찰 4명에게 무차별 구타당하는 일로 시발 됐는데요. 이후 엉뚱하게 한인의 흑인 소녀 총격 살인 사건으로 변질되면서 시위대의 방향이 미국 주류사회에서 코리아타운으로 향해버렸죠. 당시 한인 상점이 2800개 이상 불탔고, 당시 7000억 달러의 재산 손해를 입었습니다.

미국 경찰의 도움을 못 받은 한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위대를 결성, 코리아타운을 둘러쌓았는데요. 남성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온 군필자였고, 심지어 월남 참전 용사도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지휘체계와 보직 분배가 이루어졌죠. 전문적으로 총을 사용할 수 있는 방위대들이 진지 대형을 완벽하게 갖춘 모습이 TV에 방영됐고, 이후 흑인들은 코리아타운을 공격하지 못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는 미국 주 방위군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주 방위군 병력은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를 비롯해 3~4곳에 배치, 삼엄한 경계에 들어갔는데요. 이들은 항의 시위 사태가 끝날 때까지 LA경찰과 함께 코리아타운에 주둔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4일(현지시간)에는 조지 플로이드의 추모식이 진행될 예정인데요. 추모식을 전후로 시위가 진정세로 돌아올지, 혹은 더 격해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부당한 사건에 항의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당한 외침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방화와 약탈의 ‘선 넘기’는 더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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