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 뚜렷한 매수 주체가 사라진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에 주식시장이 휘둘리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미국증시 급등 마감과 정부의 건설부문 지원 방안 기대 속에 1200선에 안착하며 반등 모멘텀을 형성하는 듯 했으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루 만에 1200선을 내주며 전형적인 '전강후약' 장세를 연출했다.
주초반 6000억원 이상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으로 지수는 반등했지만 전날 3400억원 매도 물량 출회로 재차 하락, 이는 매수 주체가 부재한 환경 속 외국인 선물 매수ㆍ매도에 따른 선물시장의 현물시장 영향력 확대가 갈 길 바쁜 증시에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과 아시아, 유럽증시가 일제히 오른 상황에서 상승 분위기를 타지 못한 채 국내증시만 '나 홀로'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은 증시 체력 약화와 더불어 수급 기반마저 악화된 것으로 해석 가능하며 문제는 이 같은 내부요인이 작용해 반등에 실패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해외발 악재가 국내 주식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 같은 악재는 새로운 변수가 아니며 국내증시만 유독 반등장에서 소외된 이유는 증시 체력 약화와 더불어 수급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에 주식시장이 등락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수 변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선물 베이시스의 변동폭 역시 커졌고 이는 차익거래 환경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며 베이시스 악화시 그동안 누적됐던 매수차익잔고의 현물시장 출회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매수 세력이 부재할 경우 지수는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매매가 베이시스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한 프로그램매매 방향성 결정구도 등을 감안한다면 현재는 현물시장의 체력이 약해진 상황이라 프로그램매매의 영향력이 증폭될 수 있다"며 "약세장 속 선물 베이시스 변동 추이에 당분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지난 9월 동시만기일을 앞두고 수정 포지션의 순매도 규모를 5000계약까지 줄이기도 했지만 글로벌 증시의 약세흐름이 가속화되자 외국인들이 재차 강력한 매도공세를 재개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 포지션의 방향성에 역시 지수 반등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차익거래 펀드들의 청산욕구가 매우 강한 상황이라 차익물량 부담이 여전하다"며 "베이시스가 1.0포인트 내외로 추가 하락할 경우 지난 15~17일에 유입된 3000억원어치 물량이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매매 역시 최근 한달간 3만계약 가량 순매수를 한 상태라 과거 패턴상 재차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베이시스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