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20년 차 작가가 써낸 유혹ㆍ야망ㆍ배신

입력 2020-06-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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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엮음/ 은행나무 펴냄/ 1만5000원

베트남의 유전 개발 이권을 둘러싸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의문의 피살 사건이 일어난다. 겉으로는 소규모 뉴스 통신사지만 사실 기밀정보를 파는 산업스파이 조직인 AN 통신의 다카노 가즈히코는 부하 다오카 료이치와 함께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들 주위엔 라이벌인 미남 첩보원 데이비드 김과 미스터리의 여인 아야코가 비밀스럽게 움직인다. 다카노와 다오카는 이 사건 뒤에 중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 CNOX이 움직이고 있음을 포착하고 그 뒤를 쫓다가, 아시아 정치와 경제 거물들의 복잡하게 얽힌 이권 싸움에 말려드든다.

지금까지 '마음'의 심연을 주로 그려온 저자가 이번엔 '몸'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 이전에는 '정(靜)' 속에 있는 '동(動)'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다. 섬세한 인물 묘사만은 그대로다. 고독의 그림자를 짊어진, 100% 행복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품은 어둠과 존재에 대한 갈등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돈, 사랑, 야심 등 살아 꿈틀대는 인간적 욕망을 안은 채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돌진한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최초의 동기는 오사카에서 실제로 일어난 '유아 아사 사건'이었다고 한다. 스물세 살의 유흥업소 종업원인 어머니가 가출하면서 버리고 간 두 어린아이가 굶어 죽은 상태로 발견된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작가는 이를 모티브로 작품을 구상하던 중 절망적인 폐쇄 공간에 갇힌 아이라면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순수하고 본능적인 갈망이 있으리라는 데 착안해 바깥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는 스파이의 이야기를 쓰게 됐다.

광대한 로케이션과 화려한 액션 스케일 때문에 영상화가 어려울 것이라 이야기되기도 했으나, 일본 거대 방송사 WOWOW가 제작에 참여하면서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영화엔 한국 배우 한효주, 변요한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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