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재건축 해볼까"...비강남권 단지들 안전진단 잇따라 통과

입력 2020-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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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비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불씨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기대감이 꺾였던 아파트 재건축 시장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단지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어서다.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을 꽉 채우고도 정부 규제에 사업 추진을 미뤄오던 단지들이 최근 불고 있는 훈풍에 힘입어 안전진단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5단지(목동5단지)는 지난주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통과)을 받았다. 총점은 52.10이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은 점수에 따라 A~E등급으로 나뉜다. E등급을 받으면 바로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D등급(31~55점)을 받으면 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올해 준공 34년차인 1848가구 규모의 목동5단지는 앞으로 2차 안전진단까지 통과하면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2차 안전진단은 약 5~6개월 가량 걸린다.

최근 비강남권에선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단지가 잇따라 쏟아지면서 재건축 기대감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목동에서 정밀안전진단 조건부 통과를 받은 단지는 6단지(1368가구)와 9단지(2030가구)에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엔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가 2차 안전진단까지 최종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재건축 시장은 정부가 2018년 구조 부문 가중치를 늘리는 등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것 조차 하늘에 별 따기가 되자 안전진단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단지들이 속출했다.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이후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이 확정된 곳은 지난달 성산시영이 나오기 전까지 방배삼호아파트(서초구 방배동) 단 한 곳이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규제 강화로 몇 년간 재건축 추진을 미루던 단지들이 최근 노후화를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안전진단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재건축 연한을 꽉 채우는 단지가 늘고 있어 안전진단 신청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엔 준공 33년차인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한양아파트'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예비안전진단은 정밀안전진단 직전 단계로 이 절차를 통과해야 1, 2차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는 문이 열린다. 1989년에 준공된 824가구 규모의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 미성아파트'도 지난 4월 예비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광진구 노른자 단지인 광장동 극동아파트(1344가구)는 지난달 정밀안전진단 절차에 돌입했다.

시장에선 2차 안전진단 결과를 코앞에 두고 있는 목동6단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산시영에 이어 목동6단지까지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할 경우 2만7000가구 규모의 목동신시가지 일대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준공 32년차인 은평구 불광미성아파트(1340가구)도 2차 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재건축 사업 기대감에 관련 단지들의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목동 일대 J공인 측은 "목동6단지는 이번 결과에 따라 집값 상승폭이 달라질 것"이라며 "5단지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재건축 호재로 집값을 방어해왔는데 매물이 많지 않다보니 이번 1차 통과로만으로도 가격이 더 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목동5단지 전용 83㎡ 호가는 16억 원에 육박한다.

불광미성은 전용 66㎡의 호가가 현재 6억5000만 원 수준이지만 안전진단 최종 통과에 대한 기대감에 선제적으로 호가를 5000만 원까지 높이는 집주인이 나오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측은 "1차 정밀안전진단 통과 당시 호가가 5000만 원 가량 뛰었다"며 "매물이 워낙 없다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제 막 안전진단을 마친 단지들은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섣부른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통상 재건축 사업 기간은 약 10년 안팎이다. 정밀안전진단을 완전히 통과한다고 해도 정비구역지정을 비롯해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새 아파트의 가치를 갖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다.

권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 등 각 종 규제가 더해져 재건축 사업 기간은 이전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며 "특히 재건축 움직임에 집값이 불안해질 경우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규제가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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