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틀렸을지도 모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가라앉은 미국 경제 회복 양상을 둘러싼 전망에 이변이 펼쳐졌다. 지난 주 나온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깜짝 증가세를 보이면서 ‘V자형’ 회복 기대감이 되살아난 것이다. 미국 경제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은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5일(현지시간) 5월 실업률이 13.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었던 4월의 14.7%에서 개선된 것은 물론 대공황 이후 최악인 19~20%를 기록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도 훨씬 양호했다. 또 경기 동향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도 5월에는 250만 명이나 늘었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750만~8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닫혔던 경제가 일부 재개하면서 일터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깜짝 반등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 보면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이 심했던 요식업 고용이 137만 명 늘며 가장 큰 회복세를 보였다.
앞서 4일에 발표된 5월 24~30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88만 건을 기록,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200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6600억 달러(약 800조 원)라는 거액을 들여 기업의 고용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고용시장 회복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4월 실업자 2300만 명 중 조기 복귀를 전제로 한 ‘일시 해고’는 약 8%였다. 5월에도 실업자의 70% 이상이 ‘일시 해고’였다.
고용지표의 예상 외 호조 소식에 고무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기의 날”이라며 경제 재개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V’자 회복보다 더 잘될 것을 보여준다”면서 “‘로켓’처럼 회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장도 놀랐다. 5일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2.6% 뛴 3193.9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지수는 주간 기준으로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나스닥은 2.06% 상승한 9814.08에 거래를 끝냈는데, 장중 한때는 9845.69를 터치,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9%대로 뛰며 11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 하락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IX), 이른바 공포지수는 23대로, 약 2개월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일자 보고서에서 “우리는 5월 지표가 노동시장 회복의 시작이라고 본다”면서 “6월에는 실업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15%로 예상했던 실업률 전망치를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RBC캐피털마케츠의 탐 포셀리 미국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 일자리 증가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1000만 명 대 후반을 찍을 6월 고용이 경기 회복 논의의 합리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