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치권에 따르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새로운 복지체제는 기본소득이 논의될 것이란 예상이다. 또 내년부터 다가올 대선에서 기본소득을 골자로 한 복지 문제가 주요 화두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정당 차원의 기본소득 논의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소병훈 의원이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발의를 위한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소 의원이 준비 중인 ‘기본소득 제정안’을 당장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구체적 절차보다 기본소득 성격을 규정하고 논의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무총리 산하나 지자체 산하에 가칭 기본소득위원회를 만들어 제도 설계와 재원마련 방식 등을 논의하자는 내용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를 언급했다. 이 의원은 “증세 없는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며 “여야정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법인세,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부터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통합당은 당의 수장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취임 1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기본소득 카드를 던지며 정치판을 흔들었다.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도 “기본소득제 도입과 관련해 테이블에 못 올릴 게 없다”고 했다. 이양수 의원도 애초 농어민기본소득을 고민했다가 전 계층에 적용할 수 있는 기본소득 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현재의 재정여건을 고려했을 때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월 생활비를 주는 것인데,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논의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도 “국민 1인당 한 달에 30만 원씩 지급하려면 180조 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올해 정부 예산 총지출의 35%에 달해 재원 조달 차원에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과 관련해 단기목표 연 50만 원, 중기목표 연 100만 원, 장기목표 연 200만∼600만 원 등 장단기별 목표를 두고 시행하면 증세나 재정건전성 훼손 없이 기본소득은 어려울 것이 없다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장기목표 연 200만원∼600만원 지급은 탄소세(환경오염으로 얻는 이익에 과세), 데이터세(국민이 생산한 데이터로 만든 이익에 과세), 국토보유세(부동산 불로소득에 과세) 로봇세(일자리를 잠식하는 인공지능로봇에 과세), 일반 직간접세 증세 등 기본소득 목적세를 만들어 전액 기본소득 재원으로 쓴다면 국민이 반대할 리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세나 국채발행 없이 소액으로 시작해 연차적으로 늘려가다 국민적 합의가 되면 그때 기본소득용으로 증세하면 될 일을 한꺼번에 고액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상상하고 주장하니 반격을 당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