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미중②-3] 미중 갈등은 세계사 최악의 전염병

입력 2020-06-08 10:30 수정 2020-06-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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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비극적 결과…전면적 결렬로 인한 경제·지정학적 결과 고려해야”

“불필요했던 무역 전쟁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책임 공방까지. 미국과 중국은 쉽게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책임 공방’에 갇혀 있다. 48년의 진통 끝에 미국과 중국 관계의 중대한 결렬이 임박했다. 이는 두 나라 모두에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비극적인 결과다. 현재 양측은 어느 때보다 더 전면적인 결렬로 인한 경제적·지정학적 결과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아시아 지역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학교 교수는 ‘미·중 관계의 종말(The End of the US-China Relationship)’이라는 칼럼에서 현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계속해서 되받아치는 비난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를 단절하는 이유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냉정한 논리의 시대는 끝이 났고, 우리는 대신 이 파멸로 인한 가혹한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 간 갈등은 이미 양국 사이의 마찰뿐만 아니라 국민 감정마저 악화시키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진행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66%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5년 전 퓨리서치센터가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러한 추세는 여당인 공화당 지지자, 50세 이상, 대학 졸업자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제1 야당인 민주당 지지자, 젊은 층, 비교적 교육을 덜 받은 부정적인 정서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 대한 중국인의 감정 역시 좋을 리가 없다. 미국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책임을 중국에 추궁하면서, 이를 ‘중국 바이러스’라 부르자고 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염병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유출 가능성을 주장했다.

로치 교수는 두 나라 경제가 밀접하게 상호 의존적인 만큼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봤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인 중국은 가장 큰 해외 시장을 잃을 수 있다. 자주 혁신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미국 기술에 접근하는 것도 한층 어려워진다. 미국 역시 세 번째로 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요한 해외 시장인 중국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재무부 증권의 가장 큰 해외 수요원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글로벌 1·2위 경제 대국의 갈등 고조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갈등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뿐만이 아니라 피부색에 따른 인종 갈등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 부르자고 한 것은 인종 차별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정확한 표현’일뿐, 전혀 인종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도 이에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은 의도치 않은 ‘인종 프로파일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다”며 “감염병은 민족이나 피부색 등과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쉽사리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측의 갈등은 단순히 무역, 전염병 등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두 나라 사이의 무수한 이슈들은 이들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이하 홍콩보안법) 추진이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에 나섰고,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도 비슷한 이슈다. 여기에는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학대와 관련해 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위구르 인권문제는 홍콩 문제와 함께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국의 갈등은 군사, 경제, 외교 등 여러 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인근에서 군함과 전투기를 배치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깨진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이번 코로나19로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로치 교수는 진단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양국의 지도자들이 책임 공방을 끝내고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먼저 그들은 중국의 12월이나 미국의 1~2월 등 팬데믹 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자존심이나 국가주의적인 허세를 부릴 때가 아니다”며 “진정한 지도자는 종종 역사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 나타나거나 드러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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