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길리어드에 합병 제안…코로나발 제약업계 짝짓기 시작되나

입력 2020-06-0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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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되면 업계 최대 규모 M&A 될 듯…“활발한 논의, 제약산업 정상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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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주춤했던 글로벌 제약업계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질 조짐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각각 주목받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이하 아스트라)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이하 길리어드)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스트라가 지난달 길리어드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합병을 타진했다고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아스트라는 6년 전 미국 화이자로부터 합병 제안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합병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논의는 예비 단계 수준이어서 아스트라 측은 어떤 거래 조건도 명시하지 않았고, 길리어드도 자문사 등과 합병안을 의논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방법은 결정하지 않았다. 길리어드는 아직 공식적인 대화가 시작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라는 시가총액이 1400억 달러(약 169조 원)로 영국 최대 제약업체이며 암에서 심혈관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약품을 개발해왔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공동으로 올해 9월 공급을 목표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아스트라의 혈액암 치료제인 ‘칼퀸스(Calquence)’는 19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과잉 면역반응은 ‘사이토카인 폭풍’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길리어드는 시총이 약 960억 달러에 이르며, 미국에서 현재 유일하게 승인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개발했다. 이 약은 원래 에볼라바이러스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인데 코로나19 치료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스트라 주가는 지난 1년간 약 41% 상승해 블룸버그인텔리전스가 집계한 서구권 주요 제약업체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길리어드 주가도 같은 기간 약 19% 올랐지만, 사상 최고치였던 2015년에 비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상태다. 길리어드는 주력 제품인 C형 간염 치료제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렘데시비르가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투자은행 SVB리링크는 “길리어드가 렘데시비르로 오는 2022년 77억 달러 연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서로 크게 보완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난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740억 달러(부채 제외)에 세엘진을 인수한 것을 넘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된다.

블룸버그는 이런 초대형 합병 제안은 글로벌 제약산업이 정상 상태로 되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제약업체들은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 규모를 키우거나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어서 M&A에 적극적이었는데 모처럼 이런 움직임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이를 공급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압박이 강해져 제약사에 큰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도 M&A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부연 설명했다.

애덤 베이커 쇼어캐피털그룹 애널리스트는 “화이자의 M&A 시도 이후 아스트라제네카는 연구·개발(R&D) 생산성 회복 측면에서 대형 제약회사 중 가장 큰 성공신화를 달성했다”며 “우월적 지위에 있을 때 이를 더 공고히 하고자 합병에 나서는 것은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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