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AI] '타이핑' 시대 지나 말로 명령…내 손 안의 비서 '음성 AI'

입력 2020-06-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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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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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

모두가 잠들었을 새벽 시간. 노인의 입에서는 외마디가 나왔다. 혈압 증세로 쓰러지면서 간신히 내뱉었다. 골든아워(응급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를 놓치면 큰일 날 상황. 다행히 119 긴급구조대가 제시간에 출동해 노인을 살렸다. 119 긴급구조대를 부른 건 배우자나 자식, 이웃 주민이 아니다. 바로 'AI(인공지능) 스피커'가 노인의 외침을 위급신호로 인식해 119로 연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데뷰(DEVIEW·Developer's View) 2019' 행사에 참석해 이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유사 사례가 이미 여러 건으로, 국가에서 홀몸노인 지원 서비스로 지급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산업 영역에 그치지 않고 고령화 사회의 국민 건강, 홀몸노인 복지, 홀로 사는 여성 안전, 고도화되는 범죄 예방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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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AI 스피커 시장…2022년도엔 10조 원 규모

AI 스피커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2014년 아마존이 세계 최초 AI 스피커 '에코'를 출시한 이후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2016년 SK텔레콤이 처음으로 '누구'를 내놓았고, 다음 해 KT가 '기가지니'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카카오는 물론 중국 업체인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등도 자사의 AI 스피커를 공개하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점유율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제품이 많아지고 기업들도 주력 사업 중 하나로 꼽으면서 AI 스피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2017년 기준 AI 스피커 시장 규모를 25억2000만 달러(약 3조 원)로 집계했다. 2022년엔 87억1000만 달러(약 10조4000억 원)로 세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도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412만 대다. 유통망과 결합상품을 이점으로 내세우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사진제공=SK텔레콤)

◇AI 스피커에 집중한 이유? "음성으로 명령하고 답을 받는 익숙한 기기"

이투데이에서는 국내에서 최초로 AI 스피커 '누구'를 개발한 SK텔레콤 관계자를 만났다. 국내에서 이처럼 빠르게 AI 스피커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SK텔레콤 윤현상 AI플랫폼사업 셀장으로부터 국내 통신사는 물론, 주요 IT기업이 AI 스피커에 주력하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익숙한 기기이기 때문이죠." 스피커가 음성으로 명령하고 답을 받기에 익숙하다는 것, 단순하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이었다. 화면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음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기가 바로 스피커라는 뜻이다.

"화면이 있으면 터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스피커는 그게 안 되다 보니 음성 서비스를 오롯이 써볼 수 있는 경험을 맛볼 수 있죠. 특히, 스피커는 많이 보급된 기기예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라고 해서 갑자기 로봇 같은 거로 시작하면 집안에 들여놓기에 어색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미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스피커로 선택한 것이죠."

사실 AI 스피커는 '테스트 베드'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화면이 있는 기기에 AI 스피커와 같은 기능을 접목해 음성으로 AI에게 명령을 내리는 '음성 AI'를 확대할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처음에는 음악이나 길 찾기 등이 주요 기능으로 쓰였는데 '음성 AI'가 셋톱박스에 들어가면서 TV와 관련한 명령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기기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쓰이는 기능이 달라지는 것이죠. 이를 위해 점점 복잡한 것을 답하는 수준으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음성 인식 수준, AI 목소리의 자연스러움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도화되고 사용자들의 나이와 사용 환경에 맞게 변하고 있습니다."

◇음성 AI, 스마트폰처럼 대중화될까

AI 스피커를 필두로 한 음성 AI가 대중의 삶에 스며들지 관건이다. 아무리 좋고 편리한 기술이라도 대중이 외면하면 자리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추세로는 음성 AI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KT가 4월에 발표한 '기가지니 말해랭킹'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기가지니 전체 발화량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38%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면서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다. 기가지니로 실시간 채널을 검색하거나 재생하는 발화량도 43% 증가했고, 주문형비디오(VOD)를 검색하거나 재생하는 발화량 역시 53% 올랐다. 이는 음성 AI를 사용하는데 사람들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윤현상 셀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모바일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음성 AI에 기반을 둔) AI 비서들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도 이미 여러 앱에 들어가 있고요. 사용량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음성 AI를 사용해보면 효용성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죠. 예전에는 '신기한 기기'라고 평가했다면 점차 '집에다 들여놔야 하는 기기'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건조기처럼 말이죠. 효용성을 가지면 추세가 되는 것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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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격차 느끼는 어르신들, 음성 AI가 해결사

디지털이 보편화하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노인들이 특히 그렇다. 매장에서 무인계산대(키오스크)의 확산으로 주문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이미 일상이 된 인터넷 활용을 힘들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음성 AI의 발전과 보급은 이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음성으로 명령하는 게 직관적이고 편합니다. 어르신들이 IT에 소외돼 있었는데 음성으로 이야기하면 직관적이라서 쉽게 정보를 얻고 IT기술의 효용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런 기기들이 늘어나고 있고, 더 똑똑해지고 있어서 원하는 결과를 찾아낼 수 있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기능을 해줄 수 있도록' 말이죠."

음성 AI는 단지 정보를 제공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몸이 불편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AI 스피커로 긴급 SOS를 호출한 총 건수는 328건. 이 중 23건은 호흡 곤란, 고혈압·복통 등 긴급 통증, 낙상 등 부상 발생 등으로 119 출동이 필요한 상황으로 확인돼 긴급구조로 이어졌다.

내 손안의 비서인 '음성 AI'가 정보 제공은 물론 내 생명을 지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시대가 점점 현실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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