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는 '가계 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지원ㆍ구조조정 방안'을 통해 11월 중 지정목적이 사라진 수도권 내 투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합리적으로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지정, 관리하는 주택ㆍ 토지 투기지역에서 해제되기 위해선 ▲지정 후 6개월이 경과해야하고 ▲지정 전 3개월부터 지금까지의 누계 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 이하이거나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하이며 ▲최근 3개월 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 이하거나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하여야하는 조건 모두를 갖춰야 한다
현재 수치적인 기준만 따져선 이 규정에 적합한 단지는 불과 2곳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21일 방안에서 정부는 '합리적인 해제'라는 표현을 한 만큼 규정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선별적인 해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 인천, 분당 투기지역 해제 어려울 듯
이에 따라 해제지역 물망에 오르는 곳은 주로 경기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개구 전역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는 서울지역의 경우 강남권은 집값 앙등의 상징성 때문에, 또 강북지역은 실질적으로 연초대비 집값상승률이 높아 쉽게 해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의 경우도 최근 청라지구 등 경제자유구역 내 분양시장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호조를 보이는 등 부동산시장 과열화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우세해 해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현재 시지역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로, 특히 '버블세븐'에 포함되는 분당, 용인, 평촌 등도 연초대비 집값 상승률이 미미하고 거래량도 크게 줄어 투기지역 해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 연초 대비 시세를 보면 경기도 내 버블세븐은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분당신도시 집값은 올초대비 5.25%가 하락했으며, 용인시도 4.89%가 떨어져 두 지역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또 평촌의 경우도 0.95%하락세를 보이며 경기도 버블세븐 지역은 투기지역 해제 조건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분당신도시와 용인에 대한 해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어느 지역이 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집값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나 아직 주변에 개발 여력이 있는 곳은 해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당의 경우 해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용인시 역시 해제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써브 리서치센터 채훈식 센터장은 "시세 동향만 본다면 분당과 용인 모두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면서도 "하지만 분당은 거주자들 자체가 강남에 준하는 수요가 많고 용인의 경우 아직 주변지역 개발이 많아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해제 후보지역, "실제효과 무엇인가?" 시큰 둥
한편 투기지역 해제 기대감은 아직 이들 지역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투기지역이 해제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주택시장 붐이 일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우세하기 때문. 투기지역이 해제되면 실제 효과는 6억원 이상 주택 매입시 주택담보대출 시 LTV가 60%까지 상향되며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점 두 가지다.
하지만 대규모 금융위기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은행권은 자체 심사를 통해 대출 옥죄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대부업체의 막대한 이자율을 감안하면 그만한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을 끼고 집을 매입할 투기수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투기지역 해제가 되더라도 별다른 실효가 없다는 게 이들 지역에서의 반응이다. 집 거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양도세 중과는 투기지역 해제,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막대한 양도세를 주고 집을 팔아야 집을 넓혀가기는 어려운 만큼 대부분의 실수요자들은 그냥 가진 집에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태다.
용인 죽전지구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투기지역 해제로 인해 집값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질의 전화는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경우 매수 수요가 대부분이며, 매입 수요의 문의는 현재까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평촌신도시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도 "투기지역이 해제된다해도 별다르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애초부터 신도시 지역은 단타매매를 노린 투기수요는 적었고, 실수요에 가까운 이들 수요층은 LTV규제에 대해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았고 LTV규제 완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기지역 내에서 집 매매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LTV규제가 아니라 양도세 때문"이라며 "세금에 대한 배려는 없이 대출 한도만 높이는 것이 무슨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