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최악의 규제까지…손발 묶인 재계, 백척간두에 섰다

입력 2020-06-14 11:01 수정 2020-06-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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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 등 기업 옥죄는 규제 입법 줄줄이 예고…재계 "경영환경 안팎으로 최악"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재계가 반(反)기업 기조 및 규제 강화로 진퇴양난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기치로 건 21대 국회가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 입법을 줄줄이 예고하면서 실적 하락을 방어하기에도 바쁜 기업들이 경영권 수성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까지 신경을 분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기업을 옥죌 규제 입법이 줄을 섰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감사 선임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배당기준일 규정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속고발제 폐지, 법 위반 과징금 2배 상향 등이 포함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금융위원회는 금융자산이 5조원이 넘는 비(非)지주 금융그룹을 감독하기 위한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내놓았다.

기업들은 규제 입법이 이뤄지면 생존과 미래를 위해 투입해야 할 자본이 대신 경영권 방어와 지배구조 개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대 국회가 규제 혁신 대신 공정경제 입법을 우선시 하면서 재계는 위기 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헤지펀드나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높아져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올 경우 기업의 장기 성장 여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상법 개정이 되면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게 된다”며 “헤지펀드 등 단기 투기자본이 ‘먹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게 돼 현재 위기 상황과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경영할 수 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설비투자가 아니라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예방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예방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의 투자를 저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의 경우 기업이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데 자본을 투입해 다른 곳에 투자할 여력을 사라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역시 일감을 갑자기 줄이는 게 불가능해 기업들은 지분 조정을 위해 쓸 데 없는 인수합병(M&A), 계열사 매각을 통해 대응하게 되면서 불필요한 지배구조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우려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이 전면개정된다고 해도 중소기업으로 일감이 돌아가거나 바로 일감 몰아주기가 없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 정책(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유턴) 등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공정경제를 위한 입법 외에도 다양한 규제가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경제계에서 요청한 특별연장근로제도 인가 제한 기간에 대해 한시적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화학물질 안전 이행 절차도 개선하는 등 노동·환경 분야 제도·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오히려 국회에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팽배해 있다”며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 대신 현실에 맞춘 합리적인 규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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