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K안전으로 여름철 폭염·질식재해를 극복하자

입력 2020-06-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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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이 국가 위상과 국민적 자부심을 한층 높였다. 코로나 방역의 성공 요인 중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성과 탁월하고 헌신적인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K(코리아)방역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전보건공단도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해 왔다. 사업장에 코로나 예방지침을 배포하고 교육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마스크가 원활하게 보급될 수 있도록 수요와 공급에 혼신의 힘을 다해 왔다. 콜센터와 유통업체 등 사업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할 때마다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사업에 대한 사업장의 반응은 다른 산재예방 사업을 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예방에 대해서는 나름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주어진 여건 속에서 어떻게든 코로나19를 막아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적어도 코로나19가 나와 상관없는 문제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발열체크, 손소독, 마스크 착용 등은 물론이고,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것부터 원격근무까지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곳도 많다. 코로나 예방에는 노사도 따로 없다. 아마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모두가 실천하는 참여가 지금까지 K방역이 성공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산재예방은 코로나19 방역과 명확히 비교된다. 산재예방은 현장에서 어떻게든 산재사고를 예방해야겠다는 의지가 약하다. 산재사고는 나의 일이 아니며, 남이 잘못해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산재사고가 발생해도 회사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을뿐더러 기업의 생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한다. 현장에서 참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산재가 예방될 수 없다.

올해 여름은 사상 최고의 폭염이 온다고 한다. 야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각별한 주의와 보호가 요구된다. 폭염은 제거할 수가 없다. 피해야 한다.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아프면 쉬어야 하듯이 폭염이 오면 쉬어야 한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자주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해 비말을 차단해야 하듯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자주 물을 마시고, 그늘을 만들어 햇볕을 차단해야 한다.

폭염에도 취약장소가 있다. 바로 밀폐공간이다. 정화조, 하수관로, 농가의 분뇨처리저장소 및 사료보관창고, 단무지 제조공장 등 환기가 잘 안 되는 모든 공간이 밀폐공간에 해당된다. 여름철에 온도가 올라가면 미생물 증식이 높아져 산소는 고갈되고 치명적인 황화수소 가스가 축적돼, 밀폐공간은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하곤 한다. 겉에서는 멀쩡해 보여도 밀폐공간 내부는 미생물이 증식된 부패한 물로 인해 황화가스가 꽉 차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들어가 발만 내딛으면 마치 사이다 병뚜껑을 열었을때 가스가 폭발하듯 순간적으로 유독가스가 차오른다.

밀폐공간 질식재해 예방은 코로나19 방역과 다를 게 없다. 방역을 위해 출입할 때 체온을 재듯,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밀폐공간 내 산소 및 가스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체온이 높으면 코로나19 검진을 받아야 하듯이, 유해가스농도측정기로 밀폐공간에 이상이 없는지 정밀하게 측정해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체온에 이상이 없어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것처럼, 작업 전 산소 및 유해가스농도측정기로 밀폐공간의 안전 상태를 확인했다 하더라도 공기호흡보호구를 착용함으로써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최근 산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법제도 개선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재예방을 위한 갖가지 대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고, 부뚜막에 소금도 집어넣어야 짠 법이다. 안전대책이 아무리 좋아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참여’가 없다면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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