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올스톱, 발목잡힌 기업 구조조정

입력 2020-06-15 14:14 수정 2020-06-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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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 M&A (자료 머저마켓 등)
▲주요 기업 M&A (자료 머저마켓 등)
수천억~수조 원 단위에 달하는 대기업 인수·합병(M&A) 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등에 막혀 사실상 올스톱됐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재계는 M&A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한 채 ‘게임 체인저’가 될 기회마져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인 예이다. 2015년 심프레스와 루프레이를 인수했고, 2016년 들어서는 조이언트, 데이코, 비브랩스, 하만 등 대규모 M&A를 늘려오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총수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대형 M&A는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만이 아니다. 큰 의사결정이 필요하지 않은 것만 간간이 진행할 뿐”이라며 “총수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담긴 대형 M&A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일단 모두 중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M&A 시장 매물은 많은데…거래 성사 ‘난망’=15일 재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HDC현대산업개발과 채권단의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인수 무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이날 임시 주총을 열고 발행할 주식 총수를 8억주에서 13억주로 대폭 늘리고, CB 발행한도 역시 7000억 원에서 1조6000억 원으로 늘리는 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매각을 놓고 채권단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재협상을 거론하면서 재무 정상화에 나서려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은 항공업계는 전반적으로 M&A 거래가 지지부진하다. 3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 등 비용 문제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대한항공도 핵심 자구 대책인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이 서울시의 몽니로 사실상 ‘올스톱‘ 된 상태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 계열사와 사업부, 핵심 자산 등에 대한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두산그룹 역시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두산은 두산솔루스, 모트롤BG(사업부문) 등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예비입찰에서 기대보다 참여가 저조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 올해 초 주관사를 선정해 원매자를 물색하던 두산건설의 매각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매물로 거론됐던 두산메카텍도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이후 매각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유예됐던 현대중공업그룹의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간 기업 결합 심사는 이달 들어 EU를 시작으로 재개됐지만 해외 경쟁당국 승인을 받지 못해 연일 미뤄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EU·일본·싱가포르 등의 심사 통과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연내 마무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미국 내 15개 고급호텔을 매입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매도인인 중국 안방(安邦)보험에 매매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일시적인 시장 침체 가능성을 비롯해 리스크 전반을 검토하고 결정한 것”이라며 “안방보험이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해지했을 뿐 시장 상황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잇따른 M&A실패에 구조조정 동력 상실 우려=M&A시장이 얼어붙은 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다. 당장 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형 M&A가 잘되려면 경기도 좋아야 하고, 그에 걸맞게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물건이 나와도 사려는 곳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가 글로벌 M&A 시장 조사 기관인 머저마켓(Mergermarket)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거래금액 1000만 달러(약 120억 원) 이상의 국내 M&A 거래 건수는 73건, 거래 금액은 총 47억400만달러(약5조74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거래액과 거래 건수 모두 5년 래 1분기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9.6% 감소한 수치이며, 전 분기 대비 83.5% 줄어든 수치다.

IB 업계에서는 최근 검찰의 잇단 대기업 수사가 대형 M&A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발목이 잡힌 채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해당 기업들이 ‘골든타임’을 놓쳐 구조조정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게 되면 해당 기업은 물론 산업의 경쟁력 마저 훼손될 수 있다”며 “코로나19라는 사태 속에서 M&A라는 수단을 통한 구조조정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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