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이혼]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양육비, 주고 싶을까?

입력 2020-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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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육비와 관련해 흥미로운 판결이 2건 있었다.

아내 A 씨는 남편 B 씨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 2심 재판부는 아내 A 씨에게 양육권을 인정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양육비를 두고 특이한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A 씨가 30만 원, B 씨가 50만 원씩 각각 양육비를 부담하라면서 A 씨나 자녀 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해 이 계좌에 매월 입금하도록 했다. 그리고 체크카드를 발급해 A 씨는 이 체크카드로 양육비를 지출하고, 매 분기 예금계좌의 거래내역을 B 씨에게 알려주도록 했다.

이 판결에 대해 A 씨가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렇게 양육비 지급 방법을 정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몇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첫 번째, 법원은 양육권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양육권을 가지는 사람에게 얼마의 양육비를 줘야 하는지만 정하면 되고, 양육권을 가지는 사람이 얼마의 양육비를 부담해야 하는지 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2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을 해야할지 알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세 번째로는 이와 같이 공동으로 예금계좌를 개설해서 그 계좌에서 양육비를 지출하도록 하고, 사용내역을 남편에게 알려주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양육권자인 A 씨의 재량을 제한하는 것이고 B 씨 사이에 추가적인 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다른 하나의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아내 C 씨는 남편 D 씨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 2심은 C 씨의 양육권을 인정했는데 양육비 지급과 관련해서는 D 씨와 공동 명의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에 C 씨는 30만 원, D 씨는 90만 원을 각각 입금하도록 했다.

그리고 C 씨가 이 공동 명의 계좌에 입금된 돈을 양육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판결도 위법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이 판결하면서 양육비 부담과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을 법원이 직접 명할 때는 그러한 방법이 실무나 제도적으로 가능하고 어려운 점이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두 건의 판결은 한 달 정도 전 같은 날 선고됐는데 특이한 판결이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동안 법원은 양육권을 가지지 않는 부모가 양육권을 가지게 된 부모에게 일정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결정만을 했다.

비록 대법원에서 파기되기는 했지만, 필자는 2심 재판부가 공동 계좌를 만들어 양육비를 지출하고 사용 내역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도록 판결을 한 취지에 공감한다.

필자는 여러 이혼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이혼해 양육권을 가지게 된 전 배우자가 아이를 위해 양육비를 제대로 사용할 것인지 신뢰하지 못해 이혼이 쉽게 마무리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아이를 위해 양육비를 주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이 돈을 실제 아이를 위해 쓰는지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육비를 아이에게 직접 줄 수는 없는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다. 이혼한 다음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전 배우자 때문에 문제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악의적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양육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믿지 못하기 때문에 지급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다.

대법원의 판단도 납득할 수 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처럼 양육비 부담과 사용 방법에 관해 법원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다른 판결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더 열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양육하는 부모가 양육비를 어떻게 쓸 것인지 결정하는 재량권과 함께 자신이 준 돈이 아이를 위해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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