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문재인 대통령 '대화 재개ㆍ독자적 남북사업' 제안...한반도 위기 돌파구 찾나

입력 2020-06-15 16:33 수정 2020-06-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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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우회적 제안...북한 "끝장 볼때까지 보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남북 대화 재개를 촉구하면서 독자적인 대북사업 전개를 시사한 것은 북한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기 전에 남북 간 경색국면을 풀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심화하는 남북 긴장을 더 이상 방치하면 자칫 과거의 대결 구도로 회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판단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열고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면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과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북미 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가 중단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관계가 나빠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남과 북이 1:1 대화와 공동 사업에 나서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의 위기 국면을 타개하려면 남한 정부의 노력에 더해 북한 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촉구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며 “대화의 문을 열고 함께 지혜를 모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 직접 보내는 메시지도 담았다. 문 대통령은 “4ㆍ27 판문점선언과 9ㆍ19 평양공동선언은 남과 북 모두가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엄숙한 약속”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어떠한 정세 변화에도 흔들려서는 안 될 확고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대화만이 해법이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야 한다는 의사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사이에 이미 1972년의 7ㆍ4 남북공동성명과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가 있었지만 두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함으로써 비로소 실질적인 남북 협력이 시작되었다”면서 “이산가족들이 상봉했고, 남북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었으며,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개성공단이 가동되었다. 평화가 커졌고, 평화가 경제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합의서도 중요하지만 남북 정상이 직접 얼굴을 마주했을 때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왔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군사행동까지 언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이날 “서릿발 치는 보복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남측을 압박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정세론해설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를 공언한 것을 언급하며 “이미 천명한 대로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고 그다음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에 위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적의 혁명강군은 격앙될 대로 격앙된 우리 인민의 원한을 풀어줄 단호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며 군사적 도발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청와대 안팎서도 북한의 군사행동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ㆍ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북한이 실존적 위협에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방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그러면서 “전술적이거나 협상을 통해 뭔가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쌓아온 신뢰가 남아 있기 때문에 희망은 있다고 본다”며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민주당도 집권여당으로서 강력히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민주당에 “잃어버리는 지지율은 다시 복구할 수 있으니 정공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북 특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지금 연락은 안 되지만, 공식적으로 외교 라인을 통해 방호복을 입고서라도 특사들이 만나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재의 국면에 대해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20년이 다시 6·15 남북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서 경색된 남북관계 해결을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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