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한참과 한창

입력 2020-06-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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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한창 바쁠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었지” “한참 자랄 나이에 이것만 먹고도 괜찮아?”

힘이 넘치고 생기가 가득하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할 때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인 한창과 한참. 둘 중 어떤 단어가 맞을까. ‘한창’이 옳다. 두 번째 예문은 ‘한참’을 ‘한창’으로 고쳐야 맞다.

한창은 명사로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를 말한다. “공원에는 장미, 맨드라미가 한창이야” “재개발이 한창인 우리 동네가 왠지 낯설어”처럼 쓸 수 있다. “한창 붐빌 점심시간인데도 식당 안은 손님이 없었다”와 같이 부사로서도 쓰인다.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뜻하는 말로, 명사이다. “약속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잖아” “한참을 걸어가니 그 집이 나왔어”처럼 ‘오랫동안’, ‘한동안’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잔치는 이른 아침부터 한참 계속되었다”와 같이 부사로서의 역할도 한다. “그가 나보다 한참 윗사람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처럼 ‘수효나 분량, 정도 따위가 일정한 기준보다 훨씬 넘게’를 뜻하기도 한다.

한참과 한창이 헷갈린다면 한참의 유래를 살펴보면 구별이 쉬워진다. 한참은 원래 ‘두 역참(驛站) 사이의 거리’를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처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는 지방에 연락을 하고자 할 때 사람이 직접 가서 전해야 했는데, 며칠씩 걸리는 장거리일 경우 중간에 쉬어가거나 말을 갈아탈 수 있도록 일정 거리(보통 30리·약 12㎞)마다 역참을 두었다. 한참은 바로 이 역참과 다음 역참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한 역참에서 다른 역참까지의 거리가 꽤 멀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다’는 뜻으로도 쓰이게 됐다. 거리상 개념에서 시간상 개념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한참’을, 어떤 일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를 나타내고자 할 때는 ‘한창’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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