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비상장 바이오기업 큐어백(CureVac) 지분 약 23%를 3억 유로(약 4102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분 인수는 국책은행인 독일재건은행(KfW)을 통해 실시하며, 정부는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을 방침이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단기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가치 있는 자산을 팔지 않는다”며 “글로벌 자유시장 경제를 크게 옹호하지만 우리 포지션이 분명해야 할 영역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큐어백의 중요한 연구 성과와 기술은 독일과 유럽에 필요한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산업정책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큐어백에 눈독을 들여온 미국 정부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큐어백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대니얼 메니첼라 당시 큐어백 최고경영자(CEO)는 3월 2일 다른 제약사 대표들과 함께 백악관 회의에 참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회담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큐어백의 백신 연구에 관심을 보였고, 그 결과물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요구하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대가로 제시했다고 한다.
큐어백은 이런 보도를 부인했지만, 일주일 후 이사회는 메니첼라 CEO를 내보내고 창업자인 잉그마르 호에르를 등판시켰다. 그러나 호에르가 건강상의 이유로 퇴임하면서 현재는 프란츠-워너 하스가 CEO를 맡고 있다.
독일 튀빙겐에 본사를 둔 큐어백은 독일 보건부와 연계된 파울-에를리히 연구소와 협력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유망한 백신으로 꼽히는 ‘메신저 RNA(mRNA)’ 기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국 모더나의 백신 후보도 mRNA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각국이 백신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경제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데,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제2 대유행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큐어백에 필요 자금을 공급해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는 한편, 해외로부터의 인수 위협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복안이다.
이외에 독일은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한 ‘백신동맹’을 맺었다. 백신동맹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하는 백신을 최소 3억 회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큐어백은 ‘중요한 인프라’로 간주된다”며 “이에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승인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코로나19 백신을 언제 어느 회사가 개발할지 모른다”며 “그러나 큐어백이 개발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