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잦은 부동산 대책 발표에 시장은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 깜짝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다 또다시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정책의 실효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다. '주택시장 불안→구두 경고→대책 발표' 이어지는 '루틴'(똑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습관) 탓에 대책 발표를 앞두고는 부동산 대책 내용이 담긴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매번 시장에 나도는 가운데 일부 내용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된 상황도 발생하며 정부 정책의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6개월, 2·20 부동산 대책 이후 3개월여 만에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곧 꺼내들 부동산 추가 대책을 일찌감치 예상을 하고 있었다.
◇반년 짜리 ‘깜짝쇼’ 부동산 정책 남발… 약발은 떨어지고 ‘피로감’만
서울 주택시장이 불안 조짐을 보이면 정부 인사들이 구두 경고에 나서고, 이어 대책이 발표됐던 것이 그동안의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말미에 이날 안건과 별개로 부동산시장 동향에 대해 평가하고 시장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일주일 가량 뒤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 관련 지라시가 돌기 시작했다. ‘이번주 강력한 부동산 예상 규제’라는 제목의 이 지라시에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위해 10가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거래가 6억 원 이상 주택 소유자 전세 대출 전면 금지 △6억~9억 원 사이 구간대출 40%에서 30%로 제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때 2년 내 입주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징수 △12억 이상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등이다.
다소 황당한 내용도 있으나 실제 가능성이 있는 방안도 담겨 있다. 정부의 이번 정책이 갭투자 방지에 집중될 것이란 정책 방향성과 경기 군포ㆍ안산ㆍ오산시와 화성사 동탄1신도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 이번 대책에 담길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대책 발표 이전에 지라시가 돈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12·16 대책 발표에 앞서서도 ‘국토부 보도자료 배포 및 백브리핑 계획 알림’이란 제목의 지라시가 떠돌았는데, 실제 지라시의 일부 내용이 실제 정책에 포함됐다.
당시 지라시에는 △초고가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 △초고가 주택 범위 12억 원, 고가 주택 범위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현실화 △분양가 상한제 지역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12·16 대책엔 1주택자 대출 규제는 ‘시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 주택구입용 대출 금지’로, LTV 하향 조정은 ‘시가 9억 원 초과 20%로 조정’ 등으로 구체화된 채 등장했다.
◇'시장 불안→구두 경고→대책 발표' 수순 반복…전문가들 "신뢰 훼손 우려"
정부의 반복되는 '깜짝쇼'가 시장에 먹히지 않는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20번이나 나온 부동산 정책에 시장도 스스로 미리 대책 내용을 예측하면서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은 물론 실효성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지라시의 내용이 실제 정책 입안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정책의 신뢰성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잦은 정책 발표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이 아니라 다른 생산적인 쪽으로 흘러들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집값 안정을 도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