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분에” 돈방석 앉은 말레이 고무장갑 장인들

입력 2020-06-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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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의료진이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의료진이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연합뉴스

‘운칠기삼(運七技三)’. 포브스 부호들이 인정한 성공 비결은 다름 아닌 ‘운(運)’이다. 혹자는 ‘운십기일’이라고까지 평한다. 재주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세상만사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점을 부호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한 기회로 돈방석에 앉은 이들이 또 탄생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속에서 말레이시아 고무장갑 생산업체 경영자들이 세계 부호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블룸버그는 고무장갑으로 떼돈을 번 말레이시아 억만장자가 4명인데, 이들 중 2명이 올해 탄생했다고 전했다. 코로나로 의료용 장갑 수요가 급증하면서 회사 주가가 날아올랐고, 전 세계 고무장갑의 65%를 공급하는 말레이시아가 갑작스럽게 부호를 탄생시키는 ‘핫스팟’이 된 것이다.

말레이시아 장갑 제조업체 슈퍼맥스 창업자 타이 김 심은 이달 초 주가가 치솟으면서 최근 ‘10억 달러(약 1조 원) 클럽’에 입성했다. 슈퍼맥스 주가는 올해 들어 394% 상승했고 3~5월 매출은 전년보다 24% 급증한 4억4700만 링깃(약 1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가 된 셈이다.

슈퍼맥스는 연간 240억 켤레의 장갑을 생산하는데 2024년까지 440억 켤레로 2배 늘릴 계획이다. 생산 확대를 위해 최근 새 부지까지 장만했다.

타이는 1987년 아내와 고무장갑 무역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1989년 ‘슈퍼맥스’라는 자체 브랜드로 장갑을 생산하게 됐다. 현재 160개 이상 국가에 고무장갑을 수출하고 있으며 전 세계 수요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타이와 그의 가족은 슈퍼맥스 주식의 38%를 소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또 다른 장갑업체 코싼의 림 쿠앙 샤의 자산도 11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올해 새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밖에 세계 최대 고무장갑 생산기업 탑글러브의 시가총액도 올해 3배 뛰어 25억 달러로 치솟았다. 3~5월 순익은 8100만 달러로 366% 뛰었고,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다른 장갑업체 하르탈레가는 올해 들어 주가가 두 배로 뛰어 창업주와 가족들이 소유한 주식 가치는 48억 달러로 치솟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체온 측정, 보호장비 착용은 일상이 됐다. 전 세계 고무장갑 수요는 11% 늘어 올해 3300억 켤레 소비가 예상된다. 그 중 3분의 2가 말레이시아산이다.

말레이시아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공포가 휘몰아치던 1980년대 장갑 생산의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저렴한 인건비, 풍부한 고무나무, 원유 산업이 결합해 말레이시아의 고무장갑 생산을 부흥시켰다.

전망도 장밋빛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고무장갑 붐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월터 우 CGS-CIMB 애널리스트는 “병원과 상점 등 고무장갑 착용이 새 규범이 됐다”면서 “다른 기업들이 공급 업체인데 반해 슈퍼맥스는 자체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 더 밝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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