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인들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참담…예견된 결과”

입력 2020-06-16 17:01 수정 2020-06-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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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섭 회장 “정부, 미국 눈치보면서 북한과 관계 개선 바란것 자체가 잘못”

▲16일 오후 경기도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경기도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에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하나 같이 ‘참담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동시에 정부가 4.27, 9.19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관계가 악화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16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2시 49분 개성공단 지역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3일 “머지않아 쓸모없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이날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히며 이 같은 결과가 우리 정부의 ‘미국 눈치보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트레이드 오프(trade off)’라는 말이 있다”며 “두 개의 정책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경우의 양자간의 관계를 끝한다”고 설명했다.

즉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북측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100%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려 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2018년 선언한 4.27, 9.19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은 결과라고도 풀이했다.

그는 “합의를 했으면 이행을 했어야 하는데 이럴 거면 합의를 안 한 것만도 못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한용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신한물산 회장)도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며 “김여정의 엄포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전 회장은 2018년 9월 1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당시 개성공단 기업인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그 자체로 상징적이었던 것이 2년도 안 폭파돼 안타깝다”며 “개성공단 뿐 아니라 남북경협, 남북관계까지 경색됐다는 사실이 더 가슴 아프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정기섭 회장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이 정부가 4.27과 9.19 공동선언 이행을 하지 않은 데 대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북미 간 하노이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나면서 관계가 개선되지 않아 올해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던 신 회장은 당시 현장에서 느낀 걱정이 오늘날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북측 고위급들은 개성공단을 포함한 경협에 관해 의지를 보였지만, 우리 정부의 고위급들은 그만큼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이 때문에 북측 고위급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데 주위 참모들이 그러한 의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치만 당시에는 그러한 걱정도 4.27, 9.19 공동선언이 이행되면 묻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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