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 회복의 청신호가 켜졌다. 5월 실업률이 깜짝 하락한 데 이어 미국 경제의 핵심 축인 소비도 역대 최대 폭 상승을 기록해서다. 그러나 지표를 따져보면 반짝 회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5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7.7% 상승했다. 이는 199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증가 폭으로 시장 전망치 8.4%도 훌쩍 넘어섰다. 이전 최고 기록은 9·11 직후인 2001년 10월 6.7% 증가였다.
부문별로 고른 판매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의류 판매점 판매가 전월 대비 188%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44.1%, 식당 29.1%, 건축자재 10.9%, 온라인 판매 9% 각각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식어버린 미국 소비가 되살아났다는 신호로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를 불식시켰다. 소비 반등은 시장에 최악은 지났다는 안도감을 제공하며 훈풍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러 경제 지표가 향후 경제 회복이 얼마나 고될지 시사하고 있어 마냥 낙관할 일은 아니라고 NYT는 지적했다.
5월 깜짝 반등은 3월과 4월에 걸쳐 기록적인 감소에서 회복된 것으로 전체적인 소매판매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월보다 여전히 8% 가량 낮다. 의류를 포함한 일부 분야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63%나 낮은 수준이다.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8.3% 감소한 데 이어 4월에는 14.7% 감소하며 30년 만에 최대 폭 감소를 기록했다.
또 소비가 정부의 경기부양 지원금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도 지속성에 의문을 남긴다. 미국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성인에 1200달러, 아동 500달러도 지급했다. 이 지원금이 향후 몇 개월 내 동이 날 예정인데 의회는 아직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기미가 없는 상황이다.
아네타 마르코브스카 제프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 소매판매 반등은 상당히 낮은 장애물이었다”면서 “소비 개선이 지속 가능한지가 큰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지출이 세금 환급 및 정부 경기부양책으로 견인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상점과 레스토랑이 영업을 재개한 가운데,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적은 수의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나쁜 전조라는 평가다. 일자리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여서 향후 소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매장 내 영업 제한도 걸림돌이다. 상점들이 코로나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 재개에 나섰지만 운영 방식은 이전과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매장 내 수용 인원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탈의실도 폐쇄하면서 불필요한 교환 및 환불이 늘고 있어 영업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베스 안 보비노 S&P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회복은 상당 부분은 봉쇄 피로감에 따른 것”이라면서 “큰 폭 수치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경기 회복은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