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 분위기가 패닉상황을 넘어 공포 수준에 이르고 있다.
23일 코스시 지수는 美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다우지수 급락 여파로 장 초반부터 급락하기 시작하며 결국 84.88포인트(-7.48%) 하락한 1049.71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11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2005년 8월31일(1083.33)이후 3년2개월만에 처음이다.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의 매도세와 더불어 기관과 투신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장중 한때 100.0포인트가 넘게 빠지면서 올해들어 10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그러나 오후 들어 아시아 증시의 낙폭 축소와 프로그램 매도 완화 속 연기금 매수 유입으로 코스피는 낙폭을 줄여 1040선에서 마감했다.
이날 개인은 1351억원 순매수했으며 외국인은 장 후반 지수가 낙폭을 줄이자 팔자에 나서면서 987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은 628억원 매도 우위를 보인 가운데 연기금은 홀로 1000선 지키기에 앞장서며 1870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은 23일 오후 1시 5분 사상 3번째 서킷 브레이크가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크는 현물 지수가 전일 종가대비 10% 이상 하락,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돼 20분간 매매거래가 중단됐다.
환율 또한 국내외 증시 폭락으로 사흘째 폭등세를 이어가면서 종가기준으로 10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경기침체 우려 속에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한 것과 함께 이머징 자산들에 대한 청산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이머징 통화들이 급락한 영향으로 전날보다 57원이 급등한 1420원으로 장을 출발했다.
그러나 장 후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날보다 45.8원(3.36%)이 급등한 1408.8원으로 마감했다.
◆증권주 액면가 하회 속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지수와 연동하는 증권주들이 액면가를 밑도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날 장중 동양종금증권과 한화증권, NH투자증권, 동부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액면가를 밑돌면서 현 주식시장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극도로 팽창된 불안심리로 인해 지속적으로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매출에 대한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하면서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증권전문가들 "관망 이외엔 방법이 없다"
이같은 주식시장의 현상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관망 이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신증권 투자정보부 김용균 연구위원은 “대외적 위기 호전에 대한 여건이 가시화 될 수 있는 신호가 없다”며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회복이 급선무가 되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심리, 수급과 유동성문제, 외인 매도세 등 현 장세는 3중고를 겪고 있는 형국이다”며 “바닥이라는 신호가 선행되고 기존 펀더멘탈이 회복될 경우 시장이 조금 살아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정부의 정책도 먹히지 않는 지금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 숙성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이는 국내 시장의 문제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서 단기간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파트장은 "펀더멘털 환경이 최악으로 나빠지는 내년 1분기에 주가는 바닥을 통과하고, 코스피지수 저점은 1000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 상황에선 단기 묘책을 찾을 수 없으며 패닉국면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