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관광업계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호텔이 시그니엘 부산을 오픈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혁신에 속도를 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시그니엘 부산 오픈식에 참석, 포스트코로나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이날 신 회장은 개관과 관련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숙원과제인 호텔롯데 상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분석한다.
롯데호텔은 17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에서 시그니엘 부산의 그랜드오픈 세리머니를 열었다. 시그니엘 부산은 롯데호텔의 프리미엄 호텔 브랜드인 ‘시그니엘(SIGNIEL)’의 두 번째 호텔이고, 해운대 지역에 7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럭셔리 호텔이다. 시그니엘 서울의 명성을 잇는 최정상급 호텔 서비스를 부산에서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날 행사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정부 및 부산시 관계자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황각규∙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김현식 호텔롯데 대표이사 등 롯데그룹 및 계열사 임직원 외 내외빈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신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일본에서 귀국해 처음 공식석상에 참석하는 만큼 관심이 쏠렸지만, 개관과 관련한 연설은 없었다. 롯데호텔 측 관계자는 “시그니엘 부산은 L7 이후 2년 만에 새로 오픈하는 호텔이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 문을 여는 만큼 신동빈 회장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라며 “별도의 메시지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호텔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롯데그룹은 호텔 운영 규모를 향후 5년간 최대 2배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신 회장은 2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호텔 부문에선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오픈을 확정했던 해외 점포 오픈이 무기한 연기됐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미국계 사모펀드 ‘스탁브릿지’와 시애틀 다운타운에 있는 호텔 인수 계약을 맺어 6월 롯데호텔 시애틀 오픈을 앞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마무리 작업을 하지 못해 오픈이 미뤄진 상황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호텔 오픈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 교육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채용을 진행하지 못했다. 언제 오픈할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라고 말했다.
최근 롯데그룹은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롯데의 운영자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지주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 중이던 롯데푸드 주식 15만436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취득하며 지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을 연 시그니엘 부산 호텔은 국내 수요에 힘입어 순항이 예고된다. 부산 지역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 내국인과 외국인 수요는 7:3으로 내국인 비율이 높은 편인데 최근 들어 내국인이 외국인 수요까지 채우며 투숙률이 급격히 늘고 있다. 실제로 시그니엘 부산의 경우 시그니엘 서울 오픈 당시보다 예약률이 30% 높게 나타나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현재 예약 추이로 볼 때 6월에서 8월로 갈수록 빠르게 판매율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시그니엘 부산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411.6m 높이의 엘시티 랜드마크타워 3~19층에 총 260실 규모로 들어선다. 시그니엘만의 정상급 호텔 서비스를 동일하게 선보여 브랜드 시그니처 서비스인 1:1 에스코트 체크인과 웰컴티 서비스, 투숙객 전용 라운지 서비스와 무료 셔츠 프레싱∙슈폴리싱 서비스 등 섬세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김현식 대표이사는 “시그니엘 부산은 코로나 19로 인해 위축된 부산 관광업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부산 지역 신규 일자리 창출과 고용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상생∙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