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전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오는 23일 출간 예정인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발췌록을 게재하면서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신의 재선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사본을 확보해 볼턴의 회고록에 대한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가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볼턴이 기밀 누설 금지 고용계약을 위반했다며 지난 15일 출판 금지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볼턴이 더욱 공세를 펼치는 모습이다.
볼턴은 “트럼프가 중국 정책을 전적으로 자신의 재선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보면서 거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더라도 미중 무역협상을 관철하는 데 주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철학이나 큰 전략 또는 정책에 기반하지 않는다”며 “오직 자신에만 근거를 두고 있다. 그것은 트럼프가 연임할 것으로 믿는 사람들, 특히 중국 현실주의자들이 생각해 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발췌록에 따르면 트럼프는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시 주석 측에 계속해서 지원을 요청했다.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졌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농민 유권자들의 표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중국의 농산물 구매 확대를 요청했다.
볼턴은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별도로 개최된 미중 정상회의 막후 대화를 소개하면서 “당시 트럼프는 갑자기 화제를 다가오는 미국 대선으로 돌리면서 중국의 경제력을 언급하고 시 주석의 도움을 간청했다”며 “그는 중국의 대두와 밀 수입 확대가 선거 결과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농산물 수입에 대한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자 트럼프는 “당신은 300년간 가장 위대한 중국 지도자”라며 기뻐했다가 이후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극찬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2020년 미국 대선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볼턴의 주장을 부인했다.
볼턴은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해결해야 할 정책 문제가 아니라 시진핑과 개인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며 “지난해 화웨이가 무역협정 딜(Deal)에 도움이 된다면 형사재판 기소를 철회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역시 이 또한 2020년 대선에서의 재선과 관련 있다”고 꼬집었다.
볼턴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홍콩에서 일어난 민주주의 시위를 지지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었으며 작년 여름 위구르족을 탄압하는 수용소에 대해서도 시 주석에게 “정확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위구르 인권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대만을 방어하는 것도 대통령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며 “그는 중국 본토 투자로 부자가 된 월가 금융가들의 말만 경청해 특히 대만 이슈에 대해서는 불통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재선하기만 하면 끝날 문제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