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이 새로운 여가 생활로 자리 잡으며 캠핑카를 구매하거나, 개조를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캠핑카 신차를 선보이거나 ‘차박(차에서 하는 숙박)’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내놓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캠핑 인구는 6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타인과 거리를 두면서도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캠핑이 더 큰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늘어난 캠핑 인구는 국내에 등록된 캠핑카 대수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17년 캠핑카 등록 대수는 1989대였는데, 지난해에는 3325대로 67%나 늘었다. 엔카닷컴에 중고차 매물로 등록된 캠핑카 대수도 2018년 684대에서 2019년 927대로 35% 늘었다.
최근에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캠핑카를 구매하는 대신, 갖고 있는 차를 캠핑용으로 개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특히, 정부가 올해 2월부터 자동차 개조(튜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점이 영향을 줬다. 기존에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었는데, 정부가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며 카니발부터 레이까지 모든 차종의 개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캠핑카 개조 건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완화된 규제가 시행된 2월 28일부터 5월 15일까지 개조된 캠핑카 대수는 144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87대)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차를 캠핑카로 개조하면 취사와 취침 시설, 220볼트 콘센트, 태양광 발전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추가할 수 있다. 선택 사양에 따라 개조에 들어가는 가격은 최소 20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캠핑카 개조 업체 관계자는 “4월부터 개조 계약 주문이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제작 기간이 밀려 주문을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는 포터와 봉고 등 1톤 트럭 위에 캠핑 장비 구조물인 ‘캠퍼’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가 재차 완화되며 캠핑카 개조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차를 개조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캠핑용품을 갖춰 즐기는 ‘차박’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던 지난 4월, 차박 관련 제품의 매출이 급증했다. 트렁크에 깔고 눕는 차박 매트의 매출은 636% 늘었고, 트렁크와 연결할 수 있는 도킹 텐트 매출도 608%나 뛰었다.
차 업계에서는 SUV 차종의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난 점이 차박의 인기에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SUV가 모든 연령대에서 인기를 끌며 차를 활용한 여가 생활을 가능케 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0.8% 줄었지만, SUV 판매량은 10% 늘었다. 판매된 전체 승용차 중에서 SUV가 차지한 비중도 4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완성차 업계도 늘어난 캠핑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직접 새로운 캠핑카 모델을 양산할 예정이다.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를 기반으로 한 캠핑카를 이미 판매하고 있지만, 1톤 트럭 포터를 개조한 캠핑카를 추가로 선보이는 것이다. ‘포레스트’라는 이름의 포터 캠핑카는 약 6000만 원의 가격대로 이른 시일 내에 공식 출시될 전망이다.
차박 고객을 겨냥한 전용 캠핑용품도 등장했다. 현대차는 소형 SUV 베뉴의 튜익스(커스터마이징 브랜드) 상품에 ‘카 텐트’를 추가했다. 이 텐트는 베뉴의 트렁크와 연결해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인데, 타이어용 공기주입기로 공기를 넣으면 자동으로 설치되는 방식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시트로엥이 캠핑장비 전문기업 스노우라인과 협업해 차박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했다. 국내에 SUV 제품군만 선보인 브랜드 특성을 살려 전시차를 캠핑과 차박 콘셉트로 꾸민 것이다. 이를 통해 자사 제품의 높은 공간 활용성과 편안함을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