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국경충돌로 드러난 중국몽의 허상…‘무역 리더’ 꿈, 지정학적 분쟁에 흔들

입력 2020-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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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베트남 등 이웃국가와의 영토 분쟁으로 무역 관련 외교는 ‘조연’ 그쳐

▲아시아 주요국의 월별 수출액 추이. 단위 10억 달러.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 주요국의 월별 수출액 추이. 단위 10억 달러.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뤄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이 인도와의 국경충돌로 그 허상을 드러냈다.

중국은 중국몽의 일환으로 아시아에서의 무역 리더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인도와의 히말라야 국경지역에서의 유혈 충돌은 본래대로라면 중국이 지배해도 이상하지 않은 아시아 무역에 대해서 리더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인도는 무역협정에 있어서는 수년 전부터 질질 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는 일본이 주도한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지난해에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불참을 결정, 중국이 주도하는 대규모 무역협정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과 인도의 높은 수준의 경제적 연결이 이번 국경충돌로 인해 끊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이번 충돌은 중국이 이른바 ‘통상외교’에서 중심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야심을 방해하는 보다 광범위한 구도를 부각시켰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런 분쟁은 국경을 초월한 규제의 틀을 마련하려는 중국의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뉴스에 가려졌지만, 베트남은 이달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했다. EU 측은 이미 승인이 끝난 상태다. FTA를 통해 양측은 관세를 거의 철폐하며 나머지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간다. 새로운 투자보호협정도 협상이 타결돼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베트남과 이런 무역협정을 추진할 원동력이 약하다. 바로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 때문. 베트남 정부는 두 달 전 남중국해에서 중국 선박이 자국 어선을 침몰시켰다고 비난했다. 최근 친중 외교 성향을 보이는 필리핀 정부 내에서도 이런 비판에 동참하면서 베트남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호주와의 관계도 악화됐다. 호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인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번진 요인이 된 중국의 미흡한 초동대응을 놓고 국제적인 조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인종차별과 폭력을 이유로 호주 여행 자제를 권고했으며 지난달 호주산 보리에 80.5%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렇게 곳곳에서 분쟁과 마찰을 빚는 와중에 리커창 중국 총리는 CPTPP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WSJ는 꼬집었다. 경제학자인 피터 페트리와 마이클 플럼머는 중국이 가입하면 CPTPP의 연간 경제적 이익이 6320억 달러(약 764조 원)로, 현재보다 네 배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은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중단이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 가입하기 위한 필수조건을 이행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중국은 15년 전 아시아 최대 수출국에 등극했으며 현재 매년 2000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 인도 호주 베트남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그러나 아시아의 통상외교를 주도하는 것은 2위로 물러난 일본이다.

중국이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이웃국가와 대립을 계속하는 한, 수출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져도 아시아 무역 관계 구축에서 중국은 ‘조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WSJ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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