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팬데믹 사태를 외식문화 선진화 계기로

입력 2020-06-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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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모범적으로 극복해가고 있다. 정부는 모든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예방 수칙을 효율적으로 전파했고, 국민은 예방 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결과, 현재 생활 방역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절실한 문제는 역시 경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외식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감염병의 확산을 우려해 가족·지인 간의 외식은 물론 직장인들의 회식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서도 올해 1월 외식업 경기지수가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식음료 부분의 카드 이용 건수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외식업계는 각자의 방법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고 있다. 테이블 간격을 넓히고, 종사자들의 마스크 착용, 식당 내부 철저한 소독 등 자체방역뿐만 아니라 손님 개개인의 위생까지 신경 쓰는 곳이 늘고 있다. 또한 간편하고 안전해진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포장과 배달,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등의 이용이 늘자 식당들도 도시락과 ‘밀키트(meal kit)’ 시장에 뛰어들며 매출 증대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다.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며 더 잘 준비된 ‘새로운 정상화(New Normal)’가 있어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자고 강조했다.

외식업계도 이제 ‘뉴노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식사문화 개선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중국에서 발표한 ‘젓가락 실험’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여러 명이 함께 식사하면서 각자 젓가락으로 같은 음식을 먹으면 공용 젓가락을 쓸 때보다 남은 음식에서 검출된 세균이 최대 250배 이상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공기 중 비말뿐만 아니라 식사 중에도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찌개나 반찬을 여럿이 같이 먹는 우리 밥상문화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전통 상차림을 보다 위생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개인위생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식사문화 개선을 위해 이제 외식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음식을 각자 덜어 먹을 개인 접시와 공용 숟가락, 집게 등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안전한 외식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 또 수많은 사람의 손이 닿았을 수저통도 바꿔야 한다. 시장 트렌드를 이끌고, 식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이 맛뿐만 아니라 위생관리가 철저한 ‘안전한 음식점’을 찾아 자주 외식을 한다면 코로나 19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켜내고 외식업계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오랫동안 이어온 식사문화 관행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식사문화를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코로나19의 방역에서 국제적 모범을 보여준 것처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지자체, 외식업계, 국민이 함께 노력한다면 외식문화의 선진화도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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