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온라인 쇼핑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각국의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이동 제한과 자택대기 명령으로 소비자들이 다른 사람과의 접촉 없이 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오프라인 소매업체의 대명사인 월마트는 온라인 쇼핑으로의 소비 트렌드 전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월마트는 15일(현지시간) 100만 개 이상의 기업이 사용하는 이커머스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쇼피파이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쉽고 간편하게 자사 온라인 스토어를 구축하도록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다. 월마트는 이번 제휴를 통해 연내 쇼피파이의 1200개 제3자 판매업자를 자사 온라인 장터인 월마트 마켓플레이스에 유치하려 한다.
코로나19에 고객들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활발하게 제품을 구매하면서 월마트는 올해 4월 마감한 회계 1분기에 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 급증해 역대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탄력을 받은 월마트가 더욱 온라인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쇼피파이는 아마존닷컴과 달리 판매 수수료가 들지 않는 데다 서비스 이용이 간편해 전 세계 175개국에서 100만 개 이상의 기업이 이용, ‘아마존 킬러’로 주목받고 있다며 양사의 제휴가 ‘아마존 1강 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리서치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월마트는 지난 5월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5.8%로, 사상 처음으로 이베이(4.5%)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아마존이 38.0%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켰으며 애플(3.5%)과 홈디포(1.9%)가 각각 4, 5위에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소비지출이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온라인 쇼핑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월마트가 올인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마케터는 2020년 미국 전체 소매판매액이 전년보다 10.5% 감소한 4조8940억 달러(약 5929조 원)에 그칠 것이나 이커머스 판매액은 18% 증가한 7097억8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종전 전망치인 13% 증가에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어도비애널리틱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5월 이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7.8% 급증한 825억 달러에 달했다. 어도비디지털인사이츠의 테일러 슈라이너 이사는 “소비자들이 ‘뉴 노멀(새로운 표준)’에 적응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며 “이제 팬데믹으로 형성된 온라인 구매 트렌드가 영구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매장에서 픽업하는 BOPIS(Buy Online Pickup In Store)가 팬데믹 이전에는 틈새시장에 그쳤지만, 소비자들은 이것이 제공하는 편리성과 간편함에 익숙해졌다”며 “좀 더 채택이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현충일(5월 25일)에 온라인 쇼핑은 사상 최대 규모인 35억 달러에 달했으며 5월 한 달 간 BOPIS 부문 성장 속도는 195%에 달했다고 어도비는 강조했다.
특히 이달 1일부터 18일 자정까지 진행된 중국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이벤트인 ‘618 축제’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왕성하게 쇼핑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시켰다. 618 축제를 개최하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은 올해 총판매액이 2692억 위안(약 46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JD닷컴은 2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20~3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은 코로나19로 인한 자국 경제 침체에도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최소 27.5% 증가한 650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온라인 쇼핑 시장이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끝난 뒤에도 이 시장의 호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은 15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것을 피하고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고 있으며 음식과 의약품, 손 세정제, 휴지에 이르기까지 생필품과 위생관련 제품 수요가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질랜드 소매업 전문 컨설팅 업체 퍼스트리테일그룹의 크리스 윌킨스 전무이사는 “이전에 온라인으로 쇼핑을 전혀 하지 않았던 많은 소비자가 정부의 봉쇄 조치로 인해 이를 경험하게 됐다”며 “이는 새로운 디지털 고객 창출로 이어져 많은 사람이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온라인 쇼핑을 계속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향후 빠르게 증가할 디지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신속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