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22일(현지시간) 개막한 연례 개발자회의(WWDC)에서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자사 맥컴퓨터에 들어갈 중앙처리장치(CPU)를 인텔 제품에서 자체 개발한 칩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을 잃는 것은 인텔 입장에서 재정적으로는 물론 상징적으로도 타격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미미하다. 리서치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약 2억6700만 대였던 컴퓨터 출하 대수 중 애플 비중은 6.6%에 불과했다. 또 인텔은 애플에 맥컴퓨터용으로 연간 34억 달러(약 4조 원)어치의 반도체를 판매하는데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5%에 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PC 제조업체들에 반도체를 공급해 오늘날과 같은 제국을 구축한 인텔로서는 애플과 같은 대기업이 아시아 생산업체들의 도움을 받아 자체 반도체 생산으로 나아가는 것이 뼈아프다고 NYT는 지적했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다른 제품에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한 데 이어 마지막 남은 주요 제품인 맥에서도 독립해 인텔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든 것이다.
조니 스루지 애플 반도체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은 WWDC에서 “애플의 프로세서는 맥컴퓨터를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만들면서도 이전보다 전력 소비를 줄일 것”이라며 “우리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도비 등이 이미 맥용 소프트웨어를 새로운 칩에 맞도록 전화하고 있으며 개발자들에게는 새 컴퓨터에서도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킬 수 있는 툴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해 기존 인텔 칩에 대한 불만이 반도체를 자체 개발한 동기 중 하나가 됐음을 시사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인텔의 제품 개발과 공급 계획이 애플 기대에 못 미친 것이 15년 만의 결별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반도체는 ARM의 설계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TSMC의 5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을 이용해 생산될 예정이다.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미세화’ 경쟁에서 인텔은 삼성, TSMC에 뒤처져 있다고 닛케이는 단언했다. 5나노급 공정은 현재 전 세계에서 삼성과 TSMC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텔은 5나노보다 덜 효율적인 7나노급 프로세서도 내년에야 양산할 수 있다.
다만 애플과의 관계 단절이 인텔에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공급업체에 막대한 압력을 가하기로 유명한 애플에서 벗어나면서 인텔이 데이터센터와 사물인터넷(IoT) 등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텔 주가도 이날 0.8% 상승하는 등 이런 낙관적 시각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