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결국 출간…진실공방→진흙탕 싸움으로 가나

입력 2020-06-23 14:52 수정 2020-06-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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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400여 곳 이상에 수정·삭제 요구…트럼프, 볼턴에 “무능한 거짓말쟁이” 맹공격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현지시간)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의 표지.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현지시간)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의 표지. 워싱턴/AP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결국 세상에 나왔다. 이 책에는 미국과 외국 간 외교전의 막후에서 벌어진 내밀한 비화들이 담긴 만큼 향후 관련자들의 치열한 진실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볼턴의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은 예정된 대로 이날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공식 판매에 들어갔다. 현재 온라인 서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볼턴은 이 책에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북미 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 한미 정상회담과 정상 간 통화 등 북미·한미 간 외교전 막후에서 일어난 비화들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또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주요 외교 현안과 관련한 내용이 다수 담겼다.

백악관은 약 570페이지 가운데 400여 곳 이상의 부문에 대해 수정 및 삭제를 요구했다. 앞서 백악관은 볼턴의 회고록이 국가 기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출간을 막으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된 17페이지 분량의 서류에는 볼턴의 책 내용 가운데 약 415곳에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특히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관련 내용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 및 삭제 의견을 냈다.

백악관은 일부 문장의 삭제와 함께 몇몇 단정적인 문장에 ‘내 의견으로는~’, ‘알게 됐다’ 등의 표현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 ‘~할 것(would)’을 ‘~할 수 있을 것(could)’으로 변경하라고 주문하는 등 뉘앙스까지 고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미 균열, 북미 관계 악화 등 외교적 악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볼턴은 백악관 주장을 전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볼턴은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적인 생각’이라고 폄훼하는 한편, 일본 정부에 대해선 “일본은 이란과 북한에 대해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표현했다.

정식 출간 전부터 논란을 일으킨 볼턴의 회고록은 앞으로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관계를 떠나 북미·한미 정상 간 비공개 대화 등이 책을 통해 공개되는 것 자체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 간 외교의 기본을 저버린 것인 데다 북미와 한미 관계 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에도 볼턴에 대한 맹공격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볼턴을 “무능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존 볼턴에게 기회를 줬다”며 “그는 또라이로 여겨졌으며, 호감을 얻지 못해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는 항상 다른 관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몹시 무능하고 거짓말쟁이로 판명됐다”며 “판사의 의견을 봐라. 기밀 정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볼턴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선 낙선론을 거듭 주장하며, “날 고용한 사람이 해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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