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 신약개발 권위자 해고 배경은 ‘위법 스톡옵션’

입력 2020-06-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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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4000억 원 올랐는데 20억 원 때문에 해고…이후 신약 개발 3년간 ‘지지부진’

엔지켐생명과학이 ‘세계적인 신약 개발 권위자’라며 영입한 인물에게 약속한 스톡옵션을 주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해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위법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바람에, 수억 원 수준이던 발행액이 열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최근 정세호 전 부사장이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 및 주권인도 등 소송 2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정 전 부사장은 2014년 회사가 영입한 뒤 ‘세계적인 신약개발 권위자’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인물이다. 정 전 부사장은 약속했던 스톡옵션 3만 주를 해임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자, 소송를 제기했다.

사건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엔지켐생명과학이 정 전 부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2014년 부여했던 스톡옵션이 상법 위반이란 점이다. 신규로 스톡옵션을 부여하기에는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2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필요했고, 이를 아깝게 생각한 회사가 부당한 해고를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회사가 정 전 부사장에게 스톡옵션 3만 주를 부여한 것은 2014년 8월 12일이다. 6월 25일 이사회 의결을 하고 이날 임시주총을 열어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 정 전 부사장과는 같은 해 8월 23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현행법상 상장사가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는 범위는 회사 이사, 감사, 피용자 등 내부인이다. 당시 정 전 부사장은 아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그를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발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회사는 2016년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를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결법은 간단했다. 스톡옵션 발행 가능 여부와 별개로, 스톡옵션 지급 계약은 유효하므로 새롭게 스톡옵션을 발행해주면 해결됐다.

문제는 그사이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가 10배 넘게 올랐다는 점이다. 2014년 스톡선택권 부여 당시 회사의 주가는 6500원이고, 행사가액은 5066원이었다. 그러나 문제를 인지했던 2016년 6월에는 6만~7만 원 사이를 오갔다.

새롭게 스톡옵션을 발행해주려면 기존보다 10배가 넘는 보상이 필요했던 셈이다. 정 전 부사장이 받기로 했던 스톡옵션 3만 주를 당시 주가로 차이를 환산하면 대략 16억~20억 원 수준이다.

사건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톡옵션에 대한 부담도 해고를 단행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안다”며 “정 전 부사장을 비롯한 일부 임원들 사이에 분란이 있었고, 스톡옵션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회사는 정 전 부사장을 급하게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부사장이 미국에 있었던 2016년 8월 16일 인사위원회 회부 소식을 전하고, 3일 뒤인 19일 인사위원회를 연 뒤 22일 자로 해고한다. 정 전 부사장은 인사위원회에 참석조차 못 했다. 해고일은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지 만 2년이 되기 하루 전이다. 현행법상 스톡옵션은 만 2년 이상 재직해야 행사할 수 있다.

법원은 1심에서 회사가 정 전 부사장을 해고한 것이 부당하다며 미지급 임금과 주식 2만 주를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회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시 정 전 부사장과 함께 신약 개발을 하던 인력이 상당수 이탈했다”며 “이들이 퇴사하고 난 후 지난 4년간 신약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전 부사장에 대한 ‘책임 전가’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미국 특허가 3년 넘게 진행되지 못했던 것이 정 전 부사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재판과정에서 “정 전 부사장 탓에 2016년 6월 미국 특허등록이 좌절됐고, 2019년 12월에서야 특허등록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미국 특허청 관련 대응은 특허 전문 변호사의 주된 업무였다”며 “특허등록에 3년여 가까이 소요된 것에 대한 책임을 정 전 부사장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해당 판결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전형적인 책임 전가”라며 “당시 손기영 대표 등은 정 전 부사장 등이 없어도 신약개발이 순조로웠을 거로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약개발도 더뎌졌고, 무엇보다 무척 비도덕적 행태였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회사에) 아무도 없다”고 다소 납득하기 어렵운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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