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9년 만에 슈퍼컴 왕좌 탈환...선두 내준 美·中 설욕전 채비

입력 2020-06-23 15:24 수정 2020-06-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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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관 합작품 ‘후가쿠’,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1위...2011년 이후 9년 만 -

▲일본 슈퍼컴퓨터 후가쿠. EPA연합뉴스
▲일본 슈퍼컴퓨터 후가쿠. EPA연합뉴스
일본이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9년 만에 세계 슈퍼컴퓨터 왕좌에 올랐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세계 슈퍼컴퓨터 계산 속도 순위 ‘Top 500’에서 일본 ‘후가쿠’가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게이’ 이후 9년 만의 세계 정상 탈환이다. 이와 함께 후가쿠는 ‘HPCG’ ‘HPL-AI’ ‘Graph500’에서도 각각 1위를 차지, 세계 최초로 동시 4관왕 달성 기록도 세웠다.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 자리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일본이 미·중을 모두 제치고 정상을 차지한 셈이다. 2위와 3위는 미국의 ‘서밋’과 ‘시에라’가 각각 차지했고 4위와 5위는 중국이 가져갔다.

후가쿠의 초당 계산 횟수는 41경6000조 회로, 2위인 서밋의 약 2.8배에 달했다.

세계 정상 탈환 소식에 일본 정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매우 기쁘다”면서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도 기여할 것이며 일본이 직면한 과제 해결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후가쿠는 이미 코로나19 연구와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국가 기술력과 경제 수준의 척도로 여겨진다.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슈퍼컴퓨터는 신약 개발, 기후 예측,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고 무기로 평가받으면서 각국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그동안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 Top 500 안에 중국 226개, 미국 114개의 슈퍼컴퓨터가 올라 있다. 이에 일본은 민관 합작으로 1300억 엔(약 1조5000억 원)을 쏟아부으며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후가쿠는 게이의 후속작으로, 2011년 게이가 1년 걸리던 실험을 며칠 만에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후가쿠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가 만든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이로써 ARM 제품을 탑재한 컴퓨터가 성능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해내는 성과를 올렸다. 그동안 애플의 고급 사양 컴퓨터인 맥(Mac)에 인텔 칩이 아니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우려해온 이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애플은 이날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인텔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ARM의 프로세서를 바탕으로 애플이 자체 설계한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맥 컴퓨터는 2006년부터 인텔 칩을 채택해왔는데 15년 만의 결별인 셈이다.

ARM의 IP그룹 대표 르네 하스는 “이렇게 큰 규모의 ARM 기반 슈퍼컴퓨터가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구동하는 데 성공한 것은 ARM 시스템 전체가 축하해야 할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일본의 정상 탈환 기쁨이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중국이 1초 당 100경 회의 계산 속도를 가진 슈퍼컴퓨터를 내년에 완성시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 자금력에서도 미국과 중국에 밀리는 만큼 왕좌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에 허를 찔린 미국과 중국이 설욕전에 나서면서 앞으로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음 순위는 11월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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