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빠진 국토부…부동산 추가 규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입력 2020-06-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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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ㆍ김포ㆍ파주 등 곳곳서 풍선효과…6·17 후속 대책 '만지작'

▲서울 양천구 목동 하나프라자에서 바라본 목동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서울 양천구 목동 하나프라자에서 바라본 목동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6.17 부동산 대책 여파로 전국 곳곳에서 인근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주택시장 과열 지역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4개동이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주변 압구정동과 역삼동, 신천동 등지의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경기도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 들어가자 비규제 지역인 김포와 파주신도시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방에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전 인근의 천안과 아산 등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역효과 발생 시 후속 대책을 예고한 정부는 추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형국이다.

갭투자(전세 끼고 집 사는 것)를 막기 위한 토지거래허가제가 이날 시행되면서 강남권의 비규제 지역에서는 가격 갭메우기(집값 차를 좁히는 것)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잠실동 옆 신천동의 ‘파크리오’는 전용면적 144.77㎡형이 20일 19억8000만 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15일 같은 평수 매도가(19억 원)보다 8000만 원이 올랐다. 전용 84.9㎡형은 10일 16억5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19억 원을 넘어섰다.

신천동 S부동산 관계자는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 가격이 많이 뛰면서 강보합세를 보였고, 이제는 규제를 피한 단지가 갭메우기에 들어갔다”며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개발 호재를 누리는 건 같아서 가격이 계속 오르면 여기도 허가구역으로 묶일 것 같다”고 말했다.

풍선효과는 서울 외 경기도 등 수도권과 지방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2차’ 전용 59㎡형은 실거래가가 16일 3억5000만 원에서 19일 4억2000만 원으로 뛰었다.

규제의 역효과는 한때 미분양 무덤이었던 경기도 파주지역도 달구고 있다. 파주시 목동동 운정신도시 '힐스테이트운정' 전용 59.98㎡형 실거래가는 6일 4억3500만 원에서 19일 4억9750만 원으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김포와 파주 역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강남권의 경우 추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잇달아 강력한 후속 대책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6.17 대책 직후 새로운 카드를 내놓으면 시장 안정화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 된다. 이에 전국 곳곳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도 당분간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폭등의 주범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집값 하락이 아닌 세수 확대에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 고위공직을 지낸 한 인사는 “현 정권이 대책 때마다 특정 지역을 찍어주고, 피할 길을 열어놓고, 유예기간을 두는 진의를 잘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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