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력 2020-06-23 17:5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다원 IT중소기업부 기자

몇 주 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모여 국회에 정책 지원을 요구하는 간담회를 취재했다. 참석자가 많은 만큼 요구 사항도 많았다. 업종마다, 기업마다 심상찮은 문제가 불거졌다. 어느 하나 가볍게 보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머리를 노트북에 박고 ‘와다다’ 받아 적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의 말소리에 고개가 번쩍 들렸다. “외국인 근로자는 최저임금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또, 수습 기간도 1년으로 연장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근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습 기간엔 최저임금도 20% 감액할 수 있게 해주시고요.”

중소기업계는 꾸준히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생산성이 내국인 대비 낮고, 수습 3개월로는 원하는 만큼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도 없단 게 이유다. 내·외국인 차별을 두자는 의도가 아니라, 생산성을 고려해 임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도록 해 달란 것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크게 입은 중소기업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요구다. 어떻게든 비용은 줄이되, 효율은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중소기업이 하는 얘기인 만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 혹시나 지켜져야 한단 걸 잊을까 봐 법으로 정하고, 협약까지 맺어 놓은 것들이. 내·외국인에게 차등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국내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외국인 거주자들도 자국민 거주자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명시한다. 국제연합(UN) 협약이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도 이를 막고 있다.

기업의 상황을 이해하지만 차등 임금을 지급하자고 나설 수는 없다. 비단 협약이나 법 때문만이 아니다. 이를 막아놓은 이유는 일하는 ‘사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그 자리에서 “협약을 고려하되 현장의 어려움을 달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생각해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투데이, 2026년 새해맞이 ‘다음채널·지면 구독’ 특별 이벤트
  • 기술의 韓 vs 가격의 中…LNG선 ‘철옹성’ 흔드는 '저가공세'
  • 올림픽이 너무 조용해요 [2026 동계올림픽]
  • 직장인 설 상여금, 10명 중 4명은 받는다 [데이터클립]
  • 수입차–국내 부품사, ‘공급 협력’ 공고화…전략적 상생 동맹 확대
  • ‘감사의 정원’ 놓고 정부-서울시 정면충돌…오세훈 역점사업마다 제동
  • 구윤철 "다주택 중과, 5·9 전 계약 후 4~6개월 내 잔금시 유예"
  • ‘가성비 괴물’ 중국산 EV 상륙…韓 시장, 생존 건 ‘치킨게임’ 서막
  • 오늘의 상승종목

  • 02.1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2,260,000
    • -1.73%
    • 이더리움
    • 2,982,000
    • -4.88%
    • 비트코인 캐시
    • 768,000
    • -2.54%
    • 리플
    • 2,083
    • -2.34%
    • 솔라나
    • 122,800
    • -4.81%
    • 에이다
    • 387
    • -2.76%
    • 트론
    • 412
    • +0%
    • 스텔라루멘
    • 232
    • -2.52%
    • 비트코인에스브이
    • 20,500
    • -1.54%
    • 체인링크
    • 12,600
    • -4.33%
    • 샌드박스
    • 126
    • -1.5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