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신용융자 잔고가 12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 폭락장에서 대거 자금을 투입한 이른바 ‘동학개미’가 추가 상승 기대감에 신용융자 활용을 늘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최고치인 12조1983억 원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이 5조8390억 원, 코스닥시장 6조3592억 원이다. 절대 규모는 코스닥시장이 크지만, 유가증권에서 5조8000억 원대를 찍은 건 올해 처음이다.
올 초 10조 원대까지 커졌던 신용거래 규모는 코로나19 사태로 폭락장이 연출되면서 3월 25일 6조4075억 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이달 초 코스피가 2210선을 회복하는 등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에 빚을 내서라도 자금을 투입하려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3개월 만에 두 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최근 신용융자 규모 급증은 폭락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동학개미’의 풍부한 유동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3월 19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1439.43포인트 떨어진 날부터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4303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4조2467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 잔고 증가세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예비 투자금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도 역대급이다. 2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7조38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15일 48조 원대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예탁금과 신용융자잔고를 합친 개인투자자 자금만 60조 원을 넘는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의미한다. 주가가 오르는 시기에 신용융자를 활용하면 레버리지를 일으켜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 하락 시에는 높은 이자율과 반대매매로 손실이 급증하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있다고 해도, 상승장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많아 신용거래융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의 추가적인 유동성 투입으로 상승장을 밀 수도 있지만, 손실이 나면 배로 나기에 위험성을 충분한 과정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