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꼬인 정책금융] 신보 ‘정책 효율성’ 앞세워 이관?… 국회 2년前 '반대'

입력 2020-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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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시 금융시장 안정화 기능…“기보와 달리 금융위가 맡아야”

금융위원회 산하인 신용보증기금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하려는 시도가 이번 국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중기부가 중소기업청에서 승격한 2017년 7월, 금융보증 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을 가져온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책보증 업무가 두 부처로 이원화되면서 정책적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신보를 중기부 아래로 옮기려는 가장 강력한 논리다.

현재 신보의 업무감독권은 금융위에, 예산편성권은 중기부에 있다. 1996년 2월 중소기업청이 설립되고 그해 12월 신·기보법이 개정되면서 업무감독 기능과 예산 편성 기능이 나뉘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가 재경부로부터 독립하면서 신보의 감독 권한을 갖게 됐다. 2017년 7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되고 기보의 업무감독권은 중기부로 이관했지만, 신보는 그대로 금융위가 감독하고 있다.

신보의 이관은 예산 편성을 제외한 관리감독의 이동 여부가 쟁점이다. 업무감독에는 업무승인 및 감독, 임원의 임명·해임 권한이 포함된다. 일각에선 분리된 권한으로 신속한 집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중기부가 출범부터 신보를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말한다.

◇ “신보의 역할은 중소기업 보증…중기부 산하로 가야” = 2018년 1월 채이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용보증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신보의 보증공급 업체 중 99.9%가 중소기업이며 신보의 설립 목적 또한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채무를 보증하게 해 기업의 자금융통을 원활히 하는 것에 있다”라고 제안 이유를 밝히고 있다.

기술창업은 기보가 담당하고, 성장 및 금융자립화는 신보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신보가 기보와 같이 중기부 산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신보의 기금이 부실화될 경우 은행권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감독 권한’만 금융위에 유지하자는 내용을 단서로 달았다. 이번에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 예고한 내용도 이러한 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위의 논리로 보면 신보를 중기부 산하로 이관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개정법률안에 대해 정무위원회가 2018년 7월에 검토해 작성된 보고서는 “신보는 기보와 차이점이 있다”라며 금융위에서 옮기는 것을 사실상 반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신보의 기능은 중소기업 보호·육성에 초점을 둔 일반보증 외에도 경제위기 시 전반적인 금융시장 경색을 완화하고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해 ‘금융시장 안정화’에 이바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책보증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 코로나 위기 시 신보 역할 집중…추경 예산의 절반 넘게 배정 = 금융위가 지난 3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한 4조7000억 원 중에 신보에만 2조5000억 원이 배정됐다.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금액인데, 그만큼 국가 위기 상황에서 보증기관의 역할이 컸단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출자 액수는 기관이 그동안 부담해온 비중을 반영했고, 신보는 시장안정 측면에서 아주 큰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2010년 당시 산업연구원이 작성한 ‘2009년 신용보증 성과분석 및 적정 운용배수 산출’ 보고서도 신용보증은 “경기침체기에 보증 잔액 증가율을 높여 경기변동의 진폭을 완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러한 신용보증의 경제성장률 상승효과는 금리정책보다 경기상승 지속효과가 우수하다”라고 평가된 바 있다.

이러한 시장안정 기능을 고려하면 신보는 민간 금융사와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민간 금융사의 감독 권한을 가진 금융위의 산하로 있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신보를 기보와 동등한 선에서 해석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현행 기술보증기금법을 보면 기보는 “기술보증제도를 정착·발전시킴으로써 신기술사업에 대한 자금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주로 신기술사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주를 이룬다. 기보도 시장안정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역할이 신보에 비해 제한적이다.

◇ 감독권한 분리하면 부처 간 ‘불협화음’ 우려도 = 만약 신보의 시장안정 기능을 고려해 감독권한만 금융위에 남기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관 부처의 변경은 △임원 임면 △업무계획 승인 △예산 승인 △업무감독 등 주요 관리 권한이 옮겨가는 것을 뜻하는데, 감독 권한을 지닌 부처와 다른 권한을 가진 부처와의 정책이 충돌할 우려가 상존한다.

건전성 감독을 하려고 하더라도 금융위의 명령권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정무위가 검토한 보고서에 적혔다. 당시 정무위는 “금융시장의 건전성 유지와 부실기업의 적기 구조조정보다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 주로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보증정책이 추진되어 기금의 건전성 유지 및 효율적 자원배분에 어려움이 초래될 우려도 있다”라고 밝혔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보증기관의 감독부처가 중기부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감독기관에 머무는 경우는 없다. 공적 보증기관을 통한 공공보증 제도를 운영하는 아시아와 유럽은 금융당국이 보통 관리한다. 일본의 신용보증협회도 재무성, 경제성 등이 감독을 담당하고 말레이시아와 요르단은 중앙은행이 맡는다. 그나마 필리핀의 경우 신용보증과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중소기업공사(SBC)가 ‘통상산업부’ 감독 아래 있다.

유일하게 미국이 정부 내 중소기업청(SBA)이 재정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보증제도의 성격이 우리나라와 상당히 다르고 신용보증의 비중도 매우 적다는 특징이 있다. 2014년 신보에 따르면 GDP 대비 중소기업 보증규모는 한국이 4.06%인 데 반해 미국은 0.14%에 불과하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위기로 신보의 책임이 큰 상황에서 부처 이관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순히 부처의 먹거리로 인식할 게 아니라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어서 정책이 있어야 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노력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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